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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잃지마라" `난민 출신` 루올 뎅의 메시지
입력 2017-02-02 06:01 
NBA에서 12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베테랑 루올 뎅은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 내전이 일어난 수단을 탈출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LA레이커스 포워드 루올 뎅(31)은 수단의 와우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2차 수단 시민 내전이 벌어졌을 당시 이집트로 탈출했고, 이후 영국에 정착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그는 난민 출신이다.
지난 1일(한국시간) 스테이플스센터에서 덴버 너깃츠와의 홈경기가 끝난 뒤, 그는 경기 내용(7득점 4리바운드 1스틸 2블록슛)과는 별개로 취재진의 관심을 받았다. 최근 미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반이민 행정 명령 때문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난민 입국을 120일동안 불허하고 이란, 예멘, 수단,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소말리아 등 이슬람권 7개 국가 여권 소지자의 입국을 최소 90일간 막는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 명령은 영주권을 보유한 이들도 이 나라 국적을 갖고 있을 경우 입국을 불허하고 있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공항에 억류되거나 입국이 불허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난민 수용을 거부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취재진에게 둘러싸인 뎅은 "나는 아주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이곳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행복하게 생각한다. 모두들 내가 난민 출신인 것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자신의 배경에 대해 전혀 숨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보고 있으면) 정말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를 잘 모를 거라 생각한다. 그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다행히 그는 수단이 아닌, 수단에서 분리된 남수단 출신으로 이번 행정 명령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두 나라는 2011년 이후 분단됐다). 그러나 "수단에서 온 많은 이들을 알고 있다. 자라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이들의 아픔을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저 내가 믿고 느끼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슬람권 특정 국가 출신의 입국을 불허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 이후 미국 전역에서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사진=ⓒAFPBBNews = News1
뎅의 가족은 성공적으로 탈출했지만, 그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배경 조사 등의 절차를 거치느라 서방 세계로 들어오기까지 5년의 시간이 걸렸다.
"어린 시절, 매일 희망 속에 살았다. 내일 떠날 수 있을까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며 과거를 회상한 그는 "내 메시지는 모두가 이 과정을 이겨내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가끔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저 기도하고, 항상 희망을 갖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며 자신이 겪은 것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세계에서 쏟아지고 있는 비난에도 국가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자신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이민자들의 노력으로 기반을 다진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미국의 고립을 자초할 것이라는 우려를 받고 있다.
뎅은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인내와 희망을 갖는 수밖에 없다"며 원만한 해결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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