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 국내 최고 높이 도전
입력 2017-02-01 17:34  | 수정 2017-02-01 19:46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가 들어설 예정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용지 전경. 지상부 철거가 완료됐으나 GBC 착공을 위한 서울시 인가는 아직 나지 않았다. [이윤식 기자]
"한국전력 이전 및 경기 불황으로 업소 운영이 매우 어려운 실정입니다. 건물주님들의 이해와 배려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신축 공사장 앞. 삼성1동 상가번영회가 내건 현수막이 찬바람에 펄럭였다. GBC 건립과 영동대로 지하 개발 등 대형 개발 호재가 맞물리면서 들썩거렸던 삼성동 상권이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과거 한전 본사 사옥으로 쓰이던 건물은 작년 6월 건축물 철거·멸실신고서 처리와 함께 철거가 시작돼 1월 철거공사가 완료됐다. 신규 변전소 이설공사도 3월 초면 완료될 예정이다.
이제는 GBC 착공 차례지만 언제 시작될지 요원하다. 서울시 측은 569m 높이가 도시계획상 문제없다는 입장이어서 이번 높이 변경이 착공시기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로 인해 착공 승인이 나올 시점이 미지수다. 주차장 문제와 공공기여금 사용처를 둘러싼 서울시와 강남구 간의 갈등도 여전하다.

이처럼 착공이 지연되면서 피해를 보는 쪽은 주변 상가들이다. 직장인 수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GBC 용지 블록에서만 최근 6개월 새 한식당 4곳이 줄줄이 폐업했다. 인근 A식당은 하루 매출이 한전 이전 전 160만원에서 이전 후 35만원으로 급감했다. A식당 관계자는 "월 임차료 500만원을 낼 여력이 없어 직원 5명을 다 내보냈다"고 말했다.
현대차 GBC 프로젝트와 영동대로 지하 개발 등 국제교류복합지구 청사진을 제시할 때만 해도 삼성동 상권은 장밋빛 전망이었다. 한전 본사가 나주로 이전해 4600여 명의 넥타이부대가 사라져도 큰 문제는 아닐 듯싶었다. GBC 착공으로 최대 2만명에 달하는 건설현장 인력이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동 일대는 '함바집(건설현장 식당)' 수요를 기대하고 식당이 10여 곳 추가로 들어왔다. 하지만 봉은사가 일조권 침해를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 GBC 착공이 지연되자 이들 식당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앞서 지난해 5월 한국수력원자력이 본사를 삼성동 아이파크타워에서 경주로 이전해 직원 1000여 명이 빠져나간 것도 큰 타격이었다. 아이파크타워는 1~2층 상가와 오피스 7층을 제외한 전 층이 6개월 넘게 공실로 방치됐다. 아이파크타워를 소유한 현대산업개발이 이곳을 매장 삼아 지난해 말 면세점 입찰에 참여했지만 면세점 특허 획득에 실패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서울시·강남구·현대차 4자가 모인 자리에서 GBC 공사 하도급업체들이 지역 상권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건물주들도 적정 수준의 임대료는 꿈도 못 꾼다. 빌딩 중개 업체 리얼티코리아에 따르면 GBC 블록 상가와 오피스 월 임대료는 3.3㎡당 6만~7만원 선이다.
반면 현대차가 한전 용지를 3.3㎡당 4억3900만원대에 매입하며 이 지역 공시지가는 급등했다. 부동산 관련 재산세는 폭등했다. 이 지역 지상 5층 J빌딩은 건물주가 운영하는 회사 사무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이 비어 있다. 이 빌딩 건물주는 "지난해 11월 임대료를 기존 금액에서 25% 깎아 내놨는데도 3개월째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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