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삼성전자 스마트폰, 애플에 치이고 중국에 밀리고
입력 2017-02-01 16:47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애플과 중국 업체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가 됐다. 혁신성에서는 여전히 애플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고 가격 대비 성능면에서는 중국 업체들에 뒤처지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1일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고량은 7750만대로 전년 동기보다 5% 줄어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같은 기간 애플은 전년 대비 5% 늘어난 7830만대를 출고해 삼성전자를 앞섰다. 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삼성전자가 17.7%, 애플이 17.8%다.
삼성전자가 분기별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에 뒤진 건 2011년 4분기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해도 시장 점유율 기준 삼성전자가 20.1%, 애플이 12.1%로 큰 격차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발화 사건으로 타격을 입은 반면 애플은 아이폰7가 인기를 끌며 아이폰 출시 이후 분기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는 시장점유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분석기관 트렌드포스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8%대를 기록한 삼성전자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2.8%로 하락했으며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진 22.6%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트렌드포스는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3개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총 26.7%로 삼성전자를 뛰어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2015년 화웨이와 오포, 비보 등 3개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총 15.7%에 그쳤으나 지난해에는 22.8%로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특히 화웨이는 올해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해 조만간 애플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평가다.
지금까지 내수 위주의 성장전략을 구사하던 중국 업체들이 올해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도 삼성전자로서는 걱정거리다. 화웨이는 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아마존의 인공지능 비서(AI) 알렉사를 탑재한 미국 공략용 프리미엄폰 '메이트 9'의 출시를 알렸다. 메이트 9의 가격은 600달러부터 시작해 비슷한 스펙의 갤럭시노트7 출시가격보다 20% 이상 저렴하다. 지난해 3분기 화웨이를 밀어내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오포 역시 미국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IT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위치는 여전히 탄탄하다"며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중국산 폰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 경우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시장도, 중저가 시장에도 끼지못하는 어중간한 위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A는 삼성전자의 재도약 요건으로 '차별화'를 꼽았다. 접을 수 있는 폴더블 폰 등 차세대 기기의 발전을 이끌고, 전면 디스플레이를 채택한 디자인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또 갤럭시 A·J·C 시리즈 등 중저가폰 뿐만 아니라 갤럭시S8 등 프리미엄 폰에서도 성공을 거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브스(Forbs)지의 IT 칼럼니스트인 이완 스펜스는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에도 불구하고 혁신의 속도를 늦추거나 안전한 선택을 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특징없는 평범한 스마트폰으로는 격화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충고다.
결국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미래는 오는 4월 출시되는 갤럭시S8에 달렸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플래그십 모델이 두번 연속 시장에서 외면받을 경우 해당 회사는 순식간에 선두경쟁에서 낙오된다"며 "갤럭시S8은 애플과 차별화되는 개성을 갖고 있음과 동시에 중국 업체보다 기술적으로 앞서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은 지난달 31일 2017회계연도 1분기(작년 10∼12월) 사상 최대인 7830만대의 아이폰을 팔았다고 공시했다. 아이폰 판매는 이전 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연속 감소했었다. 아이폰은 미국과 캐나다, 서유럽, 일본, 호주에서 두 자릿수의 판매 성장세를 기록했으나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판매가 12% 감소하는 등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계속됐다.
[송성훈 기자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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