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단독] 대한상의 회장단 80% "올해 경제는 더 악화될 것"
입력 2017-02-01 16:42 

"해 바뀌면 나아지겠지 싶었는데 오히려 더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 정부도 그렇고 다들 움직이질 않으니 믿고 의지할 희망도 부족하다. 최악이라도 계획이라도 세워나가면 되는데 지금은 계획도 세울 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올해에만 거제에서 1만명 정도가 실업자가 생길 판이다." (원경희 거제상의 회장·거성해운 대표)

우리 기업들을 짓누르고 있는 가장 큰 악재는 '불확실성'이다. 최악의 상황이라도 예상이 가능하다면 이에 맞춰 긴축 경영을 실시하면 되지만 현재의 상황은 예측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1일 매일경제신문이 대한상의 회장단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불안에 짓눌린 경영자들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제전망에 대한 질문에서는 올해가 작년에 비해 나아질 것이란 답변은 63명 중 단 1명(1.6%)에 불과했다.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77.8%에 달해 비슷할 것이란 답변 (20.6%)을 큰 폭으로 앞섰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에서도 절반 이상 기업(55.6%)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할 것으로 답했다. 최근 수년간 우리 기업들은 매출은 줄지만 영업이익은 증가하는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젠 이마저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직면한 최대 현안으로 정치 혼선을 뽑은 상의 회장들이 34.8%로 가장 많았다. 국내 혼란 충격에 내수 시장 부진을 걱정하는 재계 대표(25.8%)도 많았다. 수출부진(13.6%), 채산성악화(12.1%), 금리·환율 변동(10.6%)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 지방상의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환율 등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보다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음에도 정치 혼란으로 잡지 못하는 변수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가 크다"고 말했다. 10명 중 9명은 대선이 끝나도 정치적 혼란이 현재 수준과 비슷(77.8%)하거나 심화(15.9%)될 것으로 봤다.

특히 전국 상의회장들은 대선 국면에서 날로 거세지는 '경제민주화' 바람을 걱정했다. 응답자 열명 중 일곱명(69.8%)은 '경제민주화 논란으로 기업활동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논의에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기업활동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경제민주화 추진이 필요하다는 반응은 23.8%에 그쳤다.
경제민주화 가운데 가장 우려되는 정책으로는 소득·법인세 인상(50.8%)이 손꼽혔다. 상법개정(17.5%), 공정거래법 개정(9.5%) 여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경제민주화에 문제되는 것이 없다는 반응은 1.6%에 머물렀다. 세법에 대한 걱정이 큰 것은 중소·중견기업이 많은 상의 회장들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한 지역 상의 회장은 "모든 대선주자가 기업을 규제하겠다고만 하고 기업 살리겠다는 사람은 안보이는 현 상황이 염려스럽다"고 개탄했다.
경영 상황이 개선될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2019년 상반기를 택한 사람이 3분의 1 가량이었다.
경기 회복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의견은 전체 응답자의 1.6%인 1명에 머물렀다. 이에 비해 줄이겠다는 응답은 투자와 고용 각각 39.7%와 44.8%에 달했다.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기업들의 경우 예상 감소폭은 평균 18%였다. 고용의 경우 이 수치는 15% 수준이었다. 작년의 경우 전국경제인연합회 조사에서 30대 그룹은 고용은 소폭(4.2%) 줄였지만 투자는 122조 7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2% 늘렸다.
상의는 전국 시 단위급 지역에 총 72개 조직이 있다. 이번 설문에는 이중 63개 상의 회장이 참여했다. 상의 회장단에 대기업 최고경영자는 서울(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수원(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뿐이다. 상의 회원사 구성의 특성상 대기업보다는 중견·중소기업의견이 강조됐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상의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욱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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