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2주차를 맞아 정상외교에 시동을 걸며 외교정책의 방향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돈독한 관계인 영국·러시아·일본과는 진지하고 싶숙한 논의를 했지만 불편한 관계가 돼 버린 독일·프랑스·멕시코와는 의무방어 수준의 겉도는 대화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상대는 영국의 테레사 메이 총리였다. 27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간 특별한 관계는 정의와 평화를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해왔다"며 "(영국에 대한)변함없는 지지를 맹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유롭고 독립적인 영국은 세상에 축복"이라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재차 지지했다. 그는 후보시절부터 스스로를 '미스터 브렉시트'라 부르며 브렉시트를 지지했고, 당선 후에도 브렉시트 운동을 이끈 나이젤 페라지 전 영국독립당(UKIP) 대표를 직접 만나 친분을 과시했다. 영국은 EU 단일시장에서 이탈한 후 미국·중국 등 경제대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무역망을 넓힌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도 미-영 FTA에 긍정적 의사를 밝히며 화답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의 FTA가 논의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메이 총리는 "이슬람 극단주의 이데올로기를 격퇴하는데 긴밀히 협력하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며 양국이 이슬람국가(IS) 문제를 놓고도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총 8명의 해외정상과 전화통화를 했는데, 그중 가장 주목받았던 것은 28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였다. 통화 전날인 27일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이 폭스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러시아 제재 해제에 관해) 모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탓이다.
미국은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한 폭넓은 경제제재를 취하고 있다. 러시아의 시정조치가 전무한 가운데 트럼프 정부가 해제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러 정상의 통화에 관심이 집중됐다. 메이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폴 라이언 하원의장·존 매케인 상원의원 등 공화당 지도부도 대러 경제제재를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후 러시아 크렘린궁이 28일 "대러 제재 해제는 논외되지 않았다"고 발표하며 겨우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국내외의 거센 반발이 뻔한 상황에 백악관이 제재해제 가능성을 언급한 것만으로도 트럼프 정부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전화통화 후 크렘린 궁은 "테러리즘과의 전쟁, 중동 정세, 아랍-이스라엘 분쟁, 전략적 안정성과 비확산, 이란 핵프로그램과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 등의 국제 현안이 상세하게 논의됐으며 우크라이나 사태의 기본적 문제들도 거론됐다"고 설명했다.
28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미-일간 돈독한 관계가 잘 드러났다. 양국 정상은 전화통화로 내달 10일 정상회담에 합의했으며, 미·일동맹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합의를 봤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시대의 개막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미국이 한층 더 위대한 국가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신뢰가 가능한 동맹국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도중 "일본이 미국에서 고용을 창출해주길 기대한다"고 하자, 아베 총리는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2월3일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과 회담까지 잡아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는 국경장벽에 대한 공개발언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며 갈등봉합을 시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으며, 이로 인해 멕시코 니에토 대통령은 31일 예정됐던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했다.
EU를 이끌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중요성에 합의한다는 원론적 논의가 주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시절 NATO를 '쓸모없는 기구'라 평가절하한 바 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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