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두면서 보유 현금이 늘어나자 속속 배당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보통주 1주당 600원을 현금 배당한다고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00원이 오른 수준으로, 총 배당 규모는 4236억원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실적은 전년 대비 하락했지만 올해 긍정적인 메모리 업황을 반영해 배당을 점진적으로 증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AVER도 이날 배당규모를 지난해보다 소폭 늘린다고 공시했다. NAVER는 보통주 1주당 1131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총 배당금은 3256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을 결정했다. 보통주 1주당 5000원을 지급해, 총 3680억원을 배당한다. 높은 실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않자 시장의 관심을 받기 위한 방안을 내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은 지난 2013년부터 배당금을 매년 500원씩 늘려왔다.
상장사들의 이같은 '통 큰' 정책은 주주 가치 제고가 주된 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상장사 보유 현금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대장주' 삼성전자의 경우, 5년간 연속으로 30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88조2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전보다 17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총 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현금배당을 발표한 상태다.
다른 상장사들도 올해 실적을 개선하면서 현금성 자산을 쌓았다. 국내 시가총액 100대 상장사의 잉여현금흐름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5조20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가 급증했다.
특히 현대차의 같은 기간 현금과 현금성 자산이 7조5784억원으로 17.2% 증가했다. 기아차는 2조5647억원으로, 57.8% 늘어났다.
SK하이닉스는 1조2147억원을 보유해 작년보다 137.9%, LG화학은 1조8961억원을 손에 쥐며 52.1%씩 규모를 늘렸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기업들의 이익이 금융위기 이후 사상 최대 수준으로 급증했다"며 "기업이 보유한 현금,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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