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선박대금 못받은 삼성重 2년째 적자
입력 2017-01-26 09:21 
◆ 4분기 실적 발표 ◆
한국 조선의 '빅2'인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4분기 실망스러운 실적을 냈다. 2년 연속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실적 개선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한풀 꺾였다. 특히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처럼 수주 부실을 숨겨놓은 재무제표 계정인 미청구공사금액이 부실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드러내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5일 잠정 영업실적을 발표하며 2016년 매출액 10조4142억원, 영업손실 147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7.2% 늘었고 영업이익은 적자폭을 줄이는 데 만족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2856억원, 464억원이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시장전망치(컨센서스)는 1006억원으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삼성중공업의 어닝쇼크 원인으로 '미청구공사금액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미청구공사금액은 '공사를 진행했지만 아직 못 받은 돈'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중공업 순미청구공사금액은 2조3278억원에 달한다. 순미청구공사금액은 미청구공사금액에서 초과청구공사금액을 뺀 규모를 말한다. 미청구공사금액이 받지 못한 돈이라면 초과청구공사금액은 원래 계약보다 더 많이 받은 돈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 대비 순미청구공사금액 비율은 83.8%에 달한다. 최진명 케이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3분기까지 삼성중공업 순미청구공사금액 규모는 과거 어닝쇼크 직전과 유사한 수준"이라며 "회수 능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2013년 4분기, 2015년 2분기에 각각 어닝쇼크를 기록한 바 있다. 2013년 2분기와 3분기에 각각 매출액 대비 순미청구공사금액 비율은 99.1%, 84.9%에 달했다. 그러다 어닝쇼크 수준이었던 2013년 4분기엔 이 비율이 57.3%로 급감한다. 그동안 쌓인 손실을 이때 한번에 털어내며 시장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의 실적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2분기 어닝쇼크 전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2014년 4분기와 2015년 1분기 각각 79.1%, 71.5% 규모이던 순미청구공사금액 비율은 2015년 2분기 34.2%로 줄어들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감춰놓은 것은 없고 건조는 했지만 인도가 늦어져 받지 못한 금액 때문"이라며 "선박 인도 시점에 건조 대금의 60% 정도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수주한 선박과 시추설비의 인도가 완료되면 미청구공사금액이 줄고 자금 수지도 개선될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삼성중공업의 적자 추세는 무엇보다 조선업 수주 부진 때문이었다. 지난해 수주는 5억달러(약 5823억원), 수주잔액은 267억달러(약 37조974억원)에 그쳤다. 전년 대비 각각 95%, 24.6% 줄어든 것이다. 정동익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주잔액 부족으로 매출 감소가 지속됐고 이로 인한 고정비 부담 증가는 수익성 개선을 제한했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올해 삼성중공업이 턴어라운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나오고 있는 점은 다행스러운 대목이다. 이에 대한 전망에는 해양플랜트 발주 재개 분위기가 한몫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삼성중공업은 미주지역 선주로부터 1조5346억원 규모 해양플랜트를 수주하는 등 3년간 지연되거나 취소됐던 해양플랜트 발주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 유가가 오르며 유전 사업성이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올해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7조5981억원, 1377억원이다. 구조조정 영향으로 매출액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수익성이 개선되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시장 전망치가 맞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윤진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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