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 1심서 무죄
입력 2017-01-25 18:14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

온라인팀/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교수 1심서 무죄
지난 2013년 발간돼 논란을 일으킨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이라고 표현한 박유하 세종대 교수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 11부(이상윤 부장판사)는 25일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이자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고 일본 제국에 의한 강제 연행은 없었다고 기술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책에서 개진한 견해에 대해서는 비판과 반론이 제기될 수 있고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론자들에게 악용될 부작용도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치판단을 따지는 문제"라면서 "형사 절차에서 법원이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에서 벗어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공적인 사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더 넓게 인정돼야 하고 명예훼손에 대해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며 "대법원 판례 기준에 비춰볼 때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학문적 표현은 옳은 것뿐만 아니라 틀린 것도 보호해야 한다"며 "피고인 견해에 대한 판단은 학문의 장이나 사회의 장에서 전문가와 시민들이 교환하고 상호 검증하면서 논박하는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국의 위안부에서 명예훼손 표현이라고 제시한 35곳 중 '조선인 위안부 중 자발적 의사가 있는 위안부가 있다', '일본군이 공식적으로 유괴나 강제연행해 위안부를 만들지 않았다' 등의 표현 5곳은 사실적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나머지는 박 교수의 의견표명이라고 판단했다.
사실적시로 본 5곳에 대해 재판부는 "'일본군의 공식적인 지시나 법령이 없었다'는 표현은 어떻게 해석하더라도 피해자의 사회적 가치를 저하하는 내용은 아니고 '자발적 위안부가 있다'라는 표현은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 적시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명예를 훼손하는 사실 적시가 될 수 있지만 피고인이 적게는 1만5000명 많게는 32만명에 달하는 위안부 전체에 대한 기술을 한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를 특정해서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30곳을 두고 전체 문맥을 종합해 보면 '위안부는 제국주의와 국가주의에 동원된 피해자'라는 내용을 추상적이고 비유적으로 의견 표명한 것이므로 구체적인 사실 적시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매춘이란 표현 역시 종합적으로 보면 자발적 위안부라는 것으로 명시적 적시나 묵시적 암시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
책에는 '위안부들을 유괴하고 강제연행한 것은 최소한 조선 땅에서는 그리고 공적으로는 일본군이 아니었다', '위안부가 일본군과 함께 전쟁을 수행한 이들이다', '아편을 군인과 함께 사용한 경우는 오히려 즐기기 위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20일 "피고인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미필적 고의를 넘어 확정적 고의를 갖고 아무런 근거 없이 역사를 왜곡했으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해를 끼쳤다"며 징역 3년을 구형한 바 있다.
박 교수는 이날 재판을 마치고 나와 "명판결이었다"며 "혼자 대적하기 너무 힘들었지만 판사님이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관련 단체 활동가들은 이날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재판을 끝까지 지켜봤다.
[디지털뉴스국 배동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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