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뮤지컬계는 한 걸음 쉬어가는 모양새다. 대극장 뮤지컬의 면면을 살펴보면 유례없는 불황에 도전보다는 안전을 꾀한 작품이 주를 이룬다. 지난해 '마타하리', '패스트', '도리안 그레이'처럼 블록버스터 급 초연작들은 없지만 대신 믿고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오리지널, 복고, 재연, 영웅등 네 개의 키워드를 뽑아보았다.
◆오리지널 공연 러시
뮤지컬 본고장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내한공연이 올 한해 쉼 없이 이어진다. 한국을 처음 찾는 뮤지컬 '드림걸즈'(4월 4일~6월 25일, 샤롯데씨어터)가 스타트를 끊는다. 팝 가수 다이애나 로스가 활동했던 흑인 여성트리오 슈프림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주역부터 앙상블까지 브로드웨이의 아프리칸 아메리칸(African-American) 배우로만 구성된 캐스트가 오리지널 소울을 뽐낸다.
오기만 하면 매진을 기록하는 인기작품들도 다시 한국을 찾는다. 먼저 2년 만에 내한한 '시카고'오리지널 팀이다. 첫 내한 당시 메르스 사태 와중에도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1920년대 미국 시카고에서 살인을 저지른 여배우와 코러스걸의 이야기로 섹시한 무대의상과 요염한 춤사위가 일품이다.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뮤지컬 '캣츠'오리지널팀도 3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컬 넘버 '메모리(Memory)'를 들을 기회다.
◆복고열풍은 계속
올해도 '복고'는 계속된다. 폭 넓은 관객층 확보에는 4050의 취향을 저격하는 복고만큼 좋은 전략이 없기 때문. 특히, 창작 초연작들이 '복고'라는 안전띠를 맸다. 먼저, '광화문연가' 는 고(故)이영훈 작곡가의 26개의 주옥 같은 곡들을 뮤지컬 넘버로 엮었다. 2011년 초연한 작품과 제목만 같은 창작 신작이다. 이른바 '귀가시계'라 불리며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도 뮤지컬로 무대에 오른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 속 안타깝게 얽혀버린 세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또 '프랑켄슈타인'을 성공시킨 김희철 프로듀서와 왕용범 연출 콤비는 고전영화 '벤허'를 창작뮤지컬로 선보인다.
◆돌아온 재연작
관객의 검증을 거친 재연작들도 돌아온다. 총 제작비 250억 원이 투입된 '마타하리'가 초연의 성공 1년 만에 다시 관객을 찾는다. 세계 1차 대전 당시 이중 스파이로 알려진 아름다운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창작뮤지컬이다. 이어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을 원작으로 한 광복 70주년을 기념 뮤지컬 '아리랑'과 웹툰 원작의 '신과 함께- 저승편'도 2년만에 돌아와 초연의 감동을 그대로 전한다.
'빌리 엘리어트'도 초연 후 7년만에 관객을 다시 만난다. 영국 북부 탄광촌에서 발레리노를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영웅을 꿈꾸며
'탄핵''특검'등 혼돈의 시국에 그 어느때보다 영웅이 기다려지는 요즘, 교과서나 위인전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영웅들도 일제히 무대에 오른다. '엑스칼리버'는 영국의 건국신화의 주인공 아서왕을, '나폴레옹'은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을 각각 주인공으로 한다. 셰익스피어의 비극적 영웅 '햄릿'은 두 번이나 무대에 오른다. CJ E&M의 창작뮤지컬 '햄릿'은 정공법으로 고전의 묵직한 메시지에 충실히 담을 예정. 반면, EMK가 선 보이는 체코 라이선스 뮤지컬 '햄릿' 은 셰익스피어의 대작에 록, 재즈, 라틴 등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을 더해 보다 드라마틱하게 꾸민다.
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용감하게 출사표를 던지는 이들이 있어 즐겁다. 새롭게 합작사를 설립한 쇼노트와 프레인 뮤지컬은 첫 작품으로 라이선스 초연작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선보인다. 동명의 베스트셀러와 영화로도 유명한 이 작품은 아이오와주 시골 마을의 평범한 주부 프란체스카와 촬영차 마을을 찾은 사진작가 로버트 킨케이드의 운명적 사랑을 그린다. 근래 대형뮤지컬에서 보기 드문 일상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배우 류정한의 프로듀서 데뷔작 '시라노'도 올해 드디어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 '사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원작으로 기형적인 코를 가진 시라노의 헌신적인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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