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현실은 통계보다 춥다…체감물가 상승률 3.2% 사실상 백수 450만명
입력 2017-01-23 16:59 

정부가 비공식 집계한 지난해 체감물가 상승폭이 3.2%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공식 소비자물가 1.0%보다 세배나 높은 수치다. 또한 정부가 공식 집계한 실업자 숫자는 101만2000명. 실업률은 3.7%에 불과하지만 취업준비생, 학원 수강생등을 모두 포함한 '사실상 백수'는 공식 실업자수의 4.5배가 넘는 453만8000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마디로 '숫자'에 불과한 정부 공식 통계와는 달리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민생지표, 다시 말해 체감 물가와 체감 실업 공포는 매우 높은 셈이다.
23일 기획재정부 등 물가 관련 부처에 따르면 통계청은 최근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가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물가 계산 방식을 바꿔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지난해 체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2%라는 결론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통계청은 체감물가와 공식 소비자물가 사이의 괴리를 설명하기 위해 일종의 '역발상'을 했다. 소비자물가 조사 대상 460개 품목 중 2016년 한 해 동안 가격이 오른 299개의 가중치 2.5배 더 키워 계산한 것. 2015년도 계산 결과도 2016년과 마찬가지였다. 전체 481개 품목 중 가격이 올랐던 333개의 가중치를 2.5배 더 부여해 계산하면 물가 상승률은 0.7%가 아니라 3.2%였다. 2014년 역시도 1.3%에서 3.9%로 2.6%포인트 더 상승해 유사한 경향성을 보였다.
통계청이 물가가 오른 품목을 더 부풀려 계산해본 이유는 물가의 '심리적 요인'이 어떻게 수치로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통상 소비자들은 가격이 떨어진 것보다 오른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가격이 가장 비쌀 때와 쌀 때를 비교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개인이 많이 소비하는 품목에 큰 영향을 받기도 해 공식 지표와 체감물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가격 상승 품목에 가중치를 키워 계산하는 방식은 국제노동기구(IL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정한 국제기준에는 맞지 않다. 하지만 체감물가를 설명하는 방식으로는 나름의 효과가 있다는 평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독일에서도 과거 체감물가와 공식 지표 사이의 차이가 커 국민 여론이 나빠진 때가 있었다"며 "그 때 독일 당국에서 이 방식을 활용해 국민을 상대로 설명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경준 통계청장은 지난 16일 물가관계차관회의에 참석해 이 같은 자체 체감물가 계산 결과를 설명하면서 향후 국민들을 상대로도 더 적극적으로 알리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월간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할 때 식료품과 같이 민생과 밀접한 지표 등을 보다 체계적으로 상세히 전하고, 1인·고령 가구 맞춤형 물가지수 등 체감물가와의 차이를 줄일 수 있는 보조지표를 개발하겠다고 했다.
체감물가가 크게 치솟은 것에 더해 실업자 수도 유례 없이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공식 실업자에 취업준비생, 고시학원 등 학원 수강생, 주당 18시간 미만 취업자, 쉬었음(기타) 등을 포함한 광의의 실업자는 전년 대비 14만1000명이 증가한 453만8000명에 달했다. 이는 정부 공식 실업률 통계에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사실상 실업 상태인 잠재 실업자를 합한 숫자다. 잠재 실업자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수치가 달라질 수 있지만, 현재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였다. 실업률 계산 시 제외되는 학원 수강생, 재학생 등을 포함하면 '취업 병목현상'이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 청년실업을 해결하겠다는 건 일자리 문제의 근본 원인을 외면한 임시 방편"이라며 "근본적으로 경제활력과 기업경쟁력을 높일 방안을 강구해야 하고, 노동시장 경직성과 이중구조를 완화할 노동개혁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450만명이라는 숫자는 지나치게 실업자를 과대 계상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성격이 다른 여러 지표를 임의적으로 혼합해 만든 '사실상 실업자'는 국제기준에 맞지 않고, 지표의 유의성이 떨어져 정책에 활용하기 어렵다"며 "'쉬었음'에는 취업을 희망하지 않는 노인 인구가 많이 포함돼 있고, 18시간 미만 취업자 중에도 추가 취업을 희망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 사람들을 모두 실업자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세웅 기자 / 이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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