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대형 시장이 신차 효과에 힘입어 급속도로 커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경쟁에 불이 붙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작년 각각 그랜저와 K7 신형을 출시하면서 '쌍끌이' 흥행 몰이를 하자 한국GM과 르노삼성은 틈새시장 공략으로 대응하면서 올해 준대형 시장이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워질 전망이다.
23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작년 현대·기아·한국GM·르노삼성 등 4개의 국내 완성차 업체가 판매한 준대형 차량은 14만3284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무려 13% 증가한 수치로 2011년 15만8676대 이래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작년 자동차 내수 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준대형 시장은 크게 성장한 것이다.
이같은 시장 확대는 신차 효과 때문이다. 현대차가 지난 11월 5년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으로 출시한 그랜저IG는 두 달만에 2만대 넘게 팔리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현대차는 기업 임원들에게 공급될 법인용 차량 수요와 가정용 수요를 나눠 투 트랙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상반기에 삼성을 비롯해 포스코, SK 등 주요 대기업들이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이면서 신차를 선호하는 법인용 차량 수요를 공략한다는 것이다. 가정용의 경우 점차 큰 차를 원하는 방향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준대형 차량에 관심을 갖는 고객들을 흡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랜저IG 하이브리드를 올해 출시해 친환경 차량으로 라인업을 다각화하는 등 현대차는 작년 실종됐던 '연 10만대 판매 클럽'에 그랜저의 이름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기아차도 작년 1월 출시된 올 뉴 K7으로 그랜저와 경쟁하면서 시장 확대를 견인해가고 있다. 작년 한 해 K7은 신·구형을 포함해 5만6060대가 팔려 6만8733대가 팔린 그랜저를 턱 밑까지 바짝 추격했다. K7은 최근 5년간 그랜저 판매량의 25% 수준에 불과한 '만년 2위' 차종이었으나 1위를 노리는 경쟁자로 급부상한 것이다.
기아차는 신차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 그랜저IG와 대적할 2017년형 K7을 최근 내놨다. 2017년형은 전방 카메라를 이용해 차선을 감지하고 운전대를 제어해 차선을 유지하도록 보조하는 '주행 조향 보조 시스템'을 갖췄다. 또 운전자의 피로나 부주의로 인한 운전 패턴이 감지되면 운전자의 휴식을 유도하는 '부주의 운전 경보 시스템' 등 2가지의 안전 기술을 탑재했다. 이와 함께 연비도 향상시켜 그랜저와 함께 시장 규모를 키워간다는 전략이다.
이에 맞서는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신차가 없는 불리한 상황을 마케팅으로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한국GM은 임팔라가 동급 차량 중 최대 크기란 점을 내세워 시장을 공략한다. 임팔라는 차 길이가 5113㎜으로 그랜저나 K7 등 4m 대의 차량보다 10㎝ 이상 크다.
임팔라는 지난해 한 해 동안 내수시장에서 총 1만1341대가 판매돼 전년 6913대 대비 64.1% 증가했다. 한국GM은 이 달 구매자에게 150만원 할인을 내걸고 쉐보레 차량 재구매 고객에겐 추가 할인을 해주는 등 최대 334만원을 깎아줌으로써 이같은 상승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르노삼성은 영업용 택시 쪽에 집중하고 있다. SM7 액화석유가스(LPG) 차량은 다른 차량과는 달리 연료탱크를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넣기 때문에 일반 차량처럼 넓은 트렁크 공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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