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시장에서 자산가들의 '뭉칫돈'이 성장가능성이 큰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신탁형 벤처펀드'에 몰리고 있다. 이는 고위험·고수익 상품이지만 기관투자자 대비 비상장 주식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증권사 신탁 창구를 통해 간택(?)받은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인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세금에 민감한 자산가들에게게는 이 상품의 투자금액 10%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가 국내외 비상장 유망 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신성장 좋은기업 투자조합 출자지분 편입신탁 16-1호'를 연초 설정에 나선 결과, 조기 마감되며 흥행에 성공했다. 자금 모집 규모는 140억원이었다. 이에 힘입어 미래에셋대우는 '16-2호'를 다음달 15일 설정할 예정이다. 투자 규모는 200억원이며 최소 투자금액은 3억원 이상이다. 이를위해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일선 PB(프라이빗뱅커) 센터 자산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바 있다. 이 펀드도 최근 설정된 16-1호와 마찬가지로 미래에셋그룹 계열사인 미래에셋벤처투자가 운용을 담당한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신탁자산 수익률이 낮아 고민인 고객이나 주식 투자 이상의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갖춘 거액 자산가들에게 인기를 끌고있다”며 16-1호에 이어 16-2호 역시 무탈하게 펀드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16-2호는 만기가 7년 2개월이지만, 투자 기간 내에서도 펀드에 편입된 기업이 기업공개(IPO)나 M&A(인수·합병)를 통해 엑시트(Exit·투자금 회수) 할 경우 투자자들에게 투자 수익을 분배금으로 지급한다. 만기가 도래하면 투자자 협의를 통해 투자기간을 더 연장할 수도 있다.
이미 다른 대형 증권사들도 앞다퉈 신탁형 벤처펀드 조성에 나서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4부터 일찌감치 계열사 한국투자파트너스와 함께 벤처펀드 투자를 이어왔다. 현재까지 총 7개의 신탁형 벤처펀드가 설정된 상태이며, 그중 90% 가량이 한국투자증권의 신탁고객들로부터 모은 투자자금이다. 계열 증권사가 없는 IMM인베스트먼트의 경우엔 하나금융투자 등과 함께 벤처펀드를 결성하기도 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벤처캐피탈이 직접 운용함으로써 비상장 주식투자에 대한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며 무엇보다 투자금액의 10%(해당 과세연도 종합소득금액의 50% 한도 및 최대 2500만원까지)를 소득공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장에선 지난해말부터 벤처펀드의 개인 출자자 수(49인) 제한 요건이 완화됨에 따라 향후 최저 투자 금액 수준이 억원 단위에서 천만원 단위로 좀 더 대중화된 상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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