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OEM의류株 속절없는 추락 어디까지…
입력 2017-01-20 16:12  | 수정 2017-01-20 19:31
'추락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의류주, 선방하는 내수 의류주.' 의류회사 주가 사이에 OEM 제품을 주로 생산하느냐, 내수 물량을 찍느냐에 따라 명암이 뚜렷하게 엇갈리는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OEM업체 양강 회사인 영원무역과 한세실업 주가가 흘러내리는 반면, 내수주인 F&F와 대현은 주가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영원무역 주가는 최근 주당 2만7000원 안팎에 거래돼 지난해 2월 기록한 고점(주당 5만5600원) 대비 반 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한세실업 주가는 주당 2만4000원 안팎에 거래돼 지난해 2월 고점(주당 6만7000원) 대비 60% 이상 하락했다. 두 회사 모두 52주 신저가 랠리를 펼치며 장이 한창 좋았던 2014~2015년 오른 주가를 거의 반납했다.
OEM업체 주가가 급락한 것은 주요 납품처인 미국 의류업체 재고가 늘어 발주량이 급감한 데다 이날(현지시간)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효과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주로 미국과 유럽 유명 의류업체에서 주문을 받아 동남아·중국 공장에서 옷을 만들어 납품한다. 미국 갭, 월마트, 나이키, 아베크롬비&피치 등이 주요 납품처다.
지난해 들어 미국 소비심리가 하향 추세로 접어들자 이들 업체 실적이 직격탄을 맞았다. 월마트가 지난해 1월 "연말까지 전 세계 매장 중 269곳을 폐점하겠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갭을 비롯한 의류 브랜드도 잇달아 점포 구조조정에 나설 뜻을 밝혔다.

미국 의류 재고는 늘고 소비는 안 되니 발주를 줄이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2015년 1424억원을 기록한 한세실업 영업이익은 지난해 959억원으로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영원무역 영업이익은 1968억원에서 1729억원으로 역성장했다.
여기에 대선 공약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무효를 내세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주가 하락세에 불을 붙였다. TPP가 발효되면 동남아에서 생산한 물량을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았는데, 이게 무산된다는 소식에 실망 매물이 나오며 주가 하락세를 부추겼다. 반면 주로 내수시장에서 경쟁하는 F&F와 대현 등 내수주 주가는 탄탄한 흐름이다. 두 회사 주가 모두 등락을 거듭하며 1년간 10~20% 안팎 상승한 가격에 거래 중이다. F&F는 신규 주력 브랜드 '디스커버리'가 호평을 받고 있다. 전속 모델 공유가 인기 가도를 달리며 덩달아 매출이 뛰는 추세다. 2015년 188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336억원으로 대폭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블루페페, 씨씨콜렉트 등 브랜드를 가진 대현 영업이익도 2015년 101억원에서 지난해 163억원으로 점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내외 악재에 시달린 OEM업체와 달리 내수 의류회사는 탄탄한 성장을 했다"며 "이런 흐름이 주가에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 일각에서는 단기간 주가가 급락한 OEM업체 반등 가능성을 제기한다. 주가 하락 요인 중 하나였던 TPP 무산 파급력이 미미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TPP가 아직 발효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혜가 예상됐던 요인이 사라졌을 뿐 회사 근본 가치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논리다. 노동집약적인 의류산업이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하는 '보호무역' 테두리 안에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최악이었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소폭 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하다. 영국 자산운용사 에르메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가 20일 장내 매수로 영원무역 지분 5.04%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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