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하루 3조 몰리는 MMF…주식형펀드는 썰물
입력 2017-01-20 16:00  | 수정 2017-01-20 20:19
초단기 투자처인 머니마켓펀드(MMF)에 올 들어 24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렸다. 지난해 말 MMF에서 급격히 빠져나간 자금이 주식으로 옮겨 갈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저버리고 다시 MMF로 유턴한 것이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폭된 데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관투자가들이 대부분 관망세에 들어간 상황인 만큼 개인투자자들도 섣부른 투자를 피하고 현금을 들고 있거나 3개월 이하 초단기 투자처에 자금을 넣어두고 추이를 지켜볼 것을 추천했다. 20일 펀드평가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MMF 설정액은 111조3283억원으로 연초 이후 24조4513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19일에는 하루에만 3조3569억원이 유입됐다. MMF 설정액은 작년 12월 12일 126조781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연말에는 104조3523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때 유출된 22조원가량의 자금이 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모두 MMF로 돌아간 셈이다.
기관투자가들이 연말 MMF에서 자금을 뺀 뒤 연초에 다시 넣는 것은 매년 반복되는 현상이다. 하지만 그 규모가 예년에 비해 두 배 이상 크다는 점이 문제다. 이승준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보통 MMF는 월말에 빠져나갔다가 월초에 다시 들어오지만 그 규모가 크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그만큼 방향을 잡지 못해 떠돌고 있다는 뜻"이라며 "국내외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해 단기 유동자금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반면 올해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계속 자금이 빠져나가 설정 규모가 2005년 이후 11년 만에 최저로 추락했다. 19일 기준 주식형 펀드 설정 규모는 44조5684억원으로 올해에만 1조6905억원이 유출됐다. 10년 전인 2007년의 절반(116조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반 토막 난 것이다. 투자자들이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흐름을 이어가자 1900선에서 사고 2100선에 다다르면 환매 물량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시중에 유동성은 넘치지만 금리는 올라가고 주식에 직접 투자하기에도 불안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자금이 초단기화하면서 MMF로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선 탄핵심판이 마무리되고 미국에선 트럼프 정부 정책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1분기까지는 현금을 들고 지켜보는 편이 낫다고 말하는 전문가가 다수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적어도 3월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에서 새 정권이 출범하면 보다 분명한 정책 방향이 나오며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곽상준 신한금융투자 여의도본점 영업부 PB팀장은 "당분간은 만기 3개월 이하 전자단기사채와 같은 단기 투자 위주의 보수적인 접근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에겐 현금을 쥐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주식시장에 들어가기를 권하는 전문가가 많았다. 작년 국내 기업들의 실적과 수급 여건을 감안하면 올해 코스피가 상대적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잠시 기다렸다 원하는 종목의 가격이 좋아지면 조금씩 사둘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정상규 신한금융투자PWM PVG강남센터 PB는 "올해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상당 부분 빠져나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고 주식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변수가 많은 만큼 현금을 자주 가져가면서 기회가 올 때마다 투자하는 식으로 방망이를 짧게 쥐는 전략을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영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강남센터 PB는 "현금 비중을 높이면서 투자 기회를 엿봐야 한다"면서 "평상시 눈여겨본 우량 종목이 매력적인 가격에 근접하면 분할매수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 <용어 설명>
▷ MMF : 가입 금액이나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하루 뒤 되찾아도 환매수수료가 붙지 않는 수시입출금식 펀드. 양도성예금증서(CD)나 기업어음(CP) 등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해 예금이자 수준의 수익을 제공한다. 수시로 현금화가 필요하거나 당장 투자할 곳을 찾지 못했을 때 돈을 맡기는 창구로 활용된다.
[김효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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