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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신한금융 차기 회장 "신한, 로마제국 도전정신 배울것"
입력 2017-01-20 15:58  | 수정 2017-01-20 19:11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가 20일 이사회 이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신한은행]
"로마제국이 1000년간 유지될 수 있었던 힘은 개방성과 수용성,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이를 본받아 신한금융이 글로벌 금융사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삼겠다."
국내 1위 금융그룹인 신한금융을 이끌게 된 조용병 차기 회장이 '로마제국론'을 거론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처럼 해외 시장에서도 인정받고 신뢰받는 금융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다.
조 차기 회장은 "저를 비롯한 초기 멤버들이 신한을 처음 만들 때 로마사(史)를 많이 공부했다"고 소개하며 "지금은 조직이 커졌지만 신한금융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로마 역사를 이끌었던 혁신 정신을 계승하고 조직의 힘으로 발휘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차기 회장은 20일 개최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확정됐다. 2001년 9월 설립된 신한금융지주에서 라응찬 초대 회장, 한동우 현 회장에 이어 제3대 회장으로 자산 규모 370조원, 계열사 38개를 이끌게 된 것이다. 그는 이날 이사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최대 화두로 '성장'을 제시했다. 조 차기 회장은 "국내외 금융시장 환경이 상당히 불확실하다 보니 그룹을 어떻게 성장시킬까를 생각하면 답답하다"면서도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은 앞으로 최대 과제이며 신한뿐 아니라 다른 금융그룹도 결국 성장을 어떻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조 차기 회장의 이 같은 고민과 인식은 신한금융그룹이 직면해 있는 만만치 않은 경영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저금리·저성장 기조에 금융회사들의 수익 기반은 갈수록 위축되고,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 우리은행 등 경쟁 금융사들이 최근 잇따른 합병과 민영화 성공 등으로 조직을 재정비하며 신한금융이 그간 독점했던 국내 1위 자리를 호시탐탐 넘보는 상황이다. 특히 업계 1위인 은행이나 신용카드에 비해 또 다른 금융 주축인 보험과 증권사업은 경쟁 회사들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구축하느냐도 조 차기 회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특히 올해 카카오뱅크와 K뱅크 출범으로 인터넷전문은행까지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조 차기 회장이 지난 19일 진행된 후보 면접 당시 "글로벌 시장 진출과 디지털 사업 강화라는 두 개의 축으로 신한금융 이끌겠다"는 마스터플랜을 제시한 것도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고민의 산물로 풀이된다. 이에 맞춰 조 차기 회장은 최근 확대되는 핀테크 시장 선점과 함께 써니뱅크, 판(FAN)클럽 등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그룹 핵심 모바일 플랫폼 사업을 한층 더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또 베트남과 미얀마 등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금융벨트 구축에 속도를 높이고, 투자은행(IB) 업무 강화로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금융그룹으로 부상하겠다는 청사진 제시도 예상된다.
한편 조 차기 회장은 오는 3월 열리는 금융지주 주주총회를 거쳐 신한금융그룹의 3대 회장으로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임기는 2020년 3월까지 3년간이지만 연임이 가능하고 만 70세가 되면 회장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한 지주 내부 규정을 감안하면 두 번 연임할 경우 최장 9년간 재임할 수 있다.
[김태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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