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녹십자, 혈액제제 美수출로 이익 18%↑기대
입력 2017-01-17 17:14  | 수정 2017-01-17 19:12
◆ 기업 분석 / 녹십자 ◆
지난해는 녹십자에 잊고 싶은 한 해였을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자회사인 녹십자랩셀을 코스닥에 상장시키는 등 순항했지만 하반기 연이은 악재로 몸살을 앓았다. '한미약품 사태'로 제약업계 자체가 투자자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혈액제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IVIG-SN)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가 지연돼 시장이 또 한 번 요동쳤다. 이어 청와대가 녹십자 주사기를 구매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녹십자는 매출액 기준 제약업계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는 국내 혈장분획제제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독보적인 시장 점유율 덕분이다. 녹십자 주력 분야인 혈액제제는 환자의 혈장 증량, 면역 증진, 혈우병 치료 등에 사용되는 의약품이다. 백신 분야에서도 지난해 독감 백신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계보건기구 사전심사제(WHO PQ) 인증을 받는 성과를 거뒀다.
시장 컨센서스에 따르면 녹십자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3055억원, 영업이익은 1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영업이익은 1733% 늘어난 수치다. 겨울철 독감 백신 매출과 수두 백신 수출 등 계절적 수요가 매출에 반영된 결과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 4분기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인해 6억원밖에 못 벌었지만 2016년에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본 것이다. 제약업 특성상 R&D 투자로 인한 영업이익 편차가 심하다는 얘기다. 녹십자는 매년 R&D에 1000억원 안팎의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한편 올해 시장전망치는 매출액 1조2454억, 영업이익 901억원이다.

특히 녹십자는 녹십자그룹의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자회사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익도 상당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녹십자그룹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가 보유한 녹십자 지분은 50.6%다. 녹십자는 다시 코스닥 상장사 녹십자엠에스의 지분 42.1%를 비롯해 녹십자랩셀(31.8%) 녹십자셀(25%) 등 주요 계열사 6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꾸준한 실적을 기록하는 자회사의 지분 평가액만 해도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739억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녹십자는 올 한 해 기대가 크다. 우선 지난해 FDA 허가를 받지 못한 혈액제제 IVIG-SN이 올해는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화순 백신 공장과 오창 혈액제제 공장을 증설하며 생산 가능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 완공 예정인 캐나다 공장도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면 총 270만ℓ의 혈액제제 생산이 가능해진다. 글로벌 5위에 달하는 혈액제제 생산 능력을 갖추고 나면 해외 매출을 더 늘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에서 수출 비중은 17% 정도다.
엄여진 신영증권 연구원은 "녹십자는 미국과 캐나다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자체 혈액원과 생산 시설을 확보하며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면서 "10조원에 이르는 북미 혈장분획제제 시장을 통해 그룹 전체 밸류 체인을 완성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런 견조한 실적에도 녹십자 주가 흐름은 실망스럽다. 지난해 한미약품 사태 영향력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22일 20만5000원이었던 주가는 한미약품 사태 이후 13만3500원까지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른 제약·바이오주 기대감에 16만4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IVIG-SN의 FDA 허가가 미뤄진 데 대한 실망감에 다시 추락했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컨센서스도 한때 20만원대 후반을 달리던 것이 최근에는 19만4000원까지 내려온 상태다. 향후 트럼프 미국 정부의 의료 정책에 따라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현재 녹십자 주가순이익비율(PER)은 25.7배 수준으로 제약업종 평균(19.67배)에 비해 높은 상태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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