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탈퇴한다는 내용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로드맵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메이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EU와의 완전한 결별)' 방침은 예견돼 왔던 것이지만, 이로 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가시화된 전세계적인 '고립주의'를 한층 더 강화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17일(현지시간) 런던 랭커스터 하우스에서 실시한 브렉시트 중대 연설에서 EU를 '깔끔하게 떠나겠다(clean break)'는 취지의 구체적인 EU 탈퇴 계획을 제시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레프가 보도했다.
텔레그래프가 사전 입수한 연설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우리는 새롭고 공평한 파트너십을 원한다"며 "부분적인 EU 회원 자격, 준회원국 등 반쪽은 머물고 반쪽은 떠나는 일은 없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는 독립적이고 주권을 지닌 글로벌 영국과 EU 동맹들이 평등하고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을 추구한다"고 명시했다.
메이 총리는 3월말로 예정된 EU와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확실성과 명료함 △더욱 강한 영국 △더욱 공정한 영국 △진정한 글로벌 영국이라는 4가지 원칙을 천명할 예정이다.
특히 메이 총리는 영국 국경에 대한 통제권도 분명히 해 동유럽 등에서 밀려오는 경제 이민자들을 배제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포기하고 이민통제를 통해 주권을 지키는 것을 우선하겠다는 뜻이다.
메이 총리의 하드 브렉시트 연설문이 사전 공개되자 파운드화 가치는 급락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이날 한국시간 오후 1시30분 현재 1.2077달러로 1.20달러선이 무너지기 직전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있던 지난해 6월 23일(1.4880달러)과 비교하면 반년새 무려 18.8%가량 추락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하드 브렉시트 가시화에 긴장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앞다퉈 안전자산인 금을 사들이며 금값은 2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전날 온스당 1208.72달러까지 오르며 장중 기준 지난해 11월 24일 이후로 약 7주 만에 가장 높았다.
[장원주 기자 / 임영신 기자 / 김하경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