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에너지업계, 트럼프시대 맞아 미국 사업 확대
입력 2017-01-17 16:43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에너지 기업들의 미국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에너지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자원개발(E&P) 사업부문 본사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으로 옮겨 현지서 사업 기회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원유·가스 업체들은 미국산 원유 및 셰일가스 도입을 늘리고 있다.
에너지업체의 미국 사업 확대는 자동차·가전 업체와는 사정이 다르다. 자동차·가전 업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엄포'에 어쩔 수 없이 현지 생산을 늘리고 있다. 에너지 업계에선 석유·석탄 등 화석에너지 개발에 적극적인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 에너지 최우선 정책'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다. 여기엔 에너지 수입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미 무역 구조 개선을 꾀하는 우리 정부의 의지도 작용했다.
19일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올 들어 휴스턴 지사를 본사로 격상시켰다. 지금까지는 미국내 자산 관리 역할 등을 담당했지만 올해부터는 전략·기획·재무 등의 역할까지 맡게 된다. 서울에서는 법률·세금 문제 등 일부 기능만을 담당하게 된다. 최동수 대표를 비롯한 직원들도 올해 초부터 미국 현지에서 근무하고 있다. 비자문제로 1월 한달은 출장 형태로 일을 하지만 2월부터는 현지 상주하며 근무하게 된다.

E&P(Exploration & Production)사업부가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게 된 것은 트럼프 시대에 현지에서 사업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국산 셰일가스 등 개발이 다시 불붙으면서 현지에서 인수·합병(M&A) 기회 등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본사 격상과 함께 규모도 기존 40명에서 7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다만 한국에서 파견 나가는 인력은 10명 이내로 최소화할 것이라며 지사로 운영될 때에 비해 주재원 숫자는 줄어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파견 인력을 최소화한 것은 '고용'을 중시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을 고려한 결정이다.
이와 함께 미국산 원유 및 셰일가스 수입도 빠르게 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이글포드 지역에서 생산된 셰일원유 100만배럴을 수입했다. 미국에서 원유수출 금지가 이뤄진지 41년만에 처음이다. 1차 석유파동 후 원유비축의 필요성을 느낀 미국은 1975년 '에너지정책 및 보존법'을 통해 자국산 원유의 수출을 금지해왔다. 셰일오일은 기존 유전보다 훨씬 깊은 땅 속에 위치한 셰일층에서 캐내는 기름이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오일뱅크 등도 "미국산 원유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나마 운하 개통 등으로 인해 운송비 부담이 소폭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두 업체에서는 "미국산 원유 도입가가 배럴당 6~7달러 정도 낮으면 도입할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LNG(액화천연가스) 업체 등도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가스공사가 올해부터 미국산 셰일가스 연 280만t씩 향후 20년간 도입하는 장기 계약을 채결했다. SK E&S와 GS EPS 등도 미국산 셰일가스를 2019년부터 각각 200만t과 60만t씩 도입키로 하고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들 두 회사는 도입한 미국산 세일가스로 발전소를 돌릴 계획이다. SK E&S의 경우엔 이 같은 장기 계약 외에도 올 초 6만여t의 셰일가스를 들여오기도 했다. SK E&S측은 "장문천연가스발전소에서 활용하기 위에 들여온 물량"이라며 "필요시엔 추가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산 셰일가스 도입은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교역구조 개선을 위해서다.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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