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반기문, 봉하마을 찾아 노무현 대통령 묘지 참배
입력 2017-01-17 14:59  | 수정 2017-01-18 15:08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생가와 묘지가 있는 경상남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으나, 현장 분위기는 싸늘했다.
반 전 총장은 17일 오전 봉하마을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묘역에 헌화하고 참배한 뒤 권양숙 여사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이날 반 전 총장이 유순택 여사와 봉하마을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큰 몸싸움은 없었으나 입구에 모여있던 시위대와 경찰, 취재진이 한 데 뒤엉키면서 반 전 총장이 묘역까지 가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특히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을 비롯한 친노 단체들은 일찌감치 반 전 총장을 비판하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묘역 입구를 지키고 섰다.

현수막에는 '배은망덕 기름장어, 봉하마을 지금 웬일?', '굴욕적 한일 합의 환영한 반기문은 할머니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라' 등 거친 말들로 가득했다.
반 전 총장은 참배 후 방명록에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사람 사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하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며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진력하겠다"고 남겼다.
이어 반 전 총장은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의 안내를 받으며 권 여사의 자택을 찾았다. 반 전 총장과 권 여사는 30분간 비공개로 대화를 나누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말씀과 리더십은 아직도 국민 가슴 깊이 남아있다"며 "노무현 대통령께서 정치교체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던 것도 아직 우리 가슴 깊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반 전 총장 측은 지난 2008년 반 전 총장이 방한했을 당시 노 전 대통령과 안부 전화를 한 내용을 소개했다. 반 전 총장이 "봉하마을로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무슨 말씀을요. 제가 오히려 서울 가서 만나지 못해 미안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외교통상부 장관과 유엔 사무총장 후보로 발탁됐다. 유엔 사무총장에 오르기까지 노 전 대통령이 해외를 순방하며 반 전 총장 알리기에 열심이었다.
그런데도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묘역을 찾지 않는 등 서운한 태도를 보이자 친노 인사들은 반 전 총장을 배신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배동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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