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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스노든`, 자유 통제한 국가에 적절한 한방
입력 2017-01-17 14:24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인터넷 방문 기록이나 휴대폰 통화 기록 등 내가 했던 모든 것을 고스란히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더러운 게 당연하다. 내가 대단한 위치의 중요한 인물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21세기, 독재시대도 아닌데 감시받아야 하는 상황이라니….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서 2013년 있었던 일이다. 영화 '스노든'(감독 올리버 스톤)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조지프 스노든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형식을 오가며 담아냈다.
CIA와 NSA에서 일했던 스노든의 폭로로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했던 미국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미 알고 있는 그 사건이지만 '프리즘'이나 '엑스키스코어' 등의 용어들이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정부가 테러 방지를 위해 대중의 모든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감시하며 감청한다고 요약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다.
'스노든'은 세상을 바꿀 엄청난 이야기이긴 하나 내부고발자 스노든 역의 조셉 고든 레빗의 심리를 따라가는 재미가 더 쏠쏠하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 큰 사건의 줄거리를 담으면서 스노든이라는 인물에게 초점을 맞춰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2시간 넘는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이라크 전쟁에 참여하기 위해 특수부대에 자원입대할 정도로 보수 성향이 강했던 남자 스노든. 그는 불의의 사고로 의병 제대하지만 조국을 위해 일하려는 사명감이 가득하다. 이에 뛰어난 IT 머리로 CIA와 NSA에 근무하며 국가 안보 시스템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부의 부도덕을 알고 변한다.

'세상을 바꾼 8일간의 기록'이라는 홍보 문구가 강렬하기에 관객은 실망할 수도 있다. 스노든이 문제에 직면하고 고민하며 폭로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가 생각보다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스노든의 심리 묘사는 미묘한 정도의 차이를 보이는 정도다. 그 단조로움은 리스 이판(CIA 고위직 간부 코빈 오브라이언 역), 재커리 퀸토(폭로를 돕는 가디언지 기자 글렌 그린월드 역), 니콜라스 케이지(NSA에게 버려진 컴퓨터 전문가 행크 포레스터 역) 등이 채운다. 조셉 고든 레빗은 이들과 호흡할 때 조금 더 감정의 변화를 보인다.
스노든이 사랑하는 여자 린지(쉐일린 우들리) 역시 빼놓으면 안 되는 중요한 인물이다. 진보 성향의 린지 덕 스노든이 일부분 영향을 받아 폭로를 결심하게 된 점이 특기할 만하다. 후반부 첩보 형식의 분위기는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역할도 하니 흥미롭긴 하다.
이 엄청난 스캔들 폭로로 세상은 바뀐 걸까. 스노든이 말했듯 세상을 바꾼 것보다 이런 일이 있었다는 걸 알리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한 게 중요한 듯싶다. 국민의 판단에 맡기고 토론의 장을 열었다는 것, 스노든이 직접 깜짝 출연하고 영화화를 허락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조셉 고든 레빗은 후반부 등장하는 스노든의 실제 모습과 흡사하다. 한국에도 꽤 많은 팬이 있는 '조토끼' 레빗은 전혀 다르게 발성을 변화시키는 노력을 하는 등 스노든이 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영화에 조금 더 몰입할 수 있는 이유다.
사족이지만, 현 대한민국의 국정농단 사태에 핵심 인물들이 모르쇠로 일관하는 현재 대한민국에 더 많은 내부고발자가 필요할 때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스노든의 폭로는 2013년 있었던 일이니 관객을 만나기에 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현재의 대한민국에서는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다. 134분. 15세 이상 관람가. 25일 개봉 예정.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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