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붙박이가구 갖춘 행복주택, YOLO족 속태우는 까닭
입력 2017-01-17 06:02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한 셀프 인테리어숍 전경. /사진=이윤식 기자
[뉴스&와이] #최근 경기도의 한 행복주택에 입주한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고민이 생겼다. 취향에 맞게 새로 산 가구들을 들여놓으려 했지만, 행복주택에 기본적으로 구비된 책상과 붙박이장이 걸림돌이 된 것. 철거 문의를 했지만 관리사무소는 퇴거 시 원상복구 원칙만 거듭 내세웠다. 이씨는 "비용이 들더라도 새로 집을 꾸미고 싶다"면서 "철거를 한다면 얼마를 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 없이 퇴거 시 똑같은 물건을 구비하라고만 하니 답답한 노릇"이라고 말했다.
 젊은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임대주택 행복주택이 자기만의 공간을 꾸미는 데 관심이 많은 청년층의 취향을 못 따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행복주택은 전국 19개 지구 9827가구가 입주자를 모집했다. 이 가운데 4708가구가 대학생·사회 초년생 물량이었는데 올해에는 서울 가좌, 고양 삼송 등이 입주를 완료한다. 이들 단지의 청년층 물량에는 신혼부부·고령층 물량과 달리 가스쿡톱, 책상, 냉장고장 등이 기본 가구로 제공된다.
 올 1분기 입주 예정인 서울 가좌 행복주택은 대학생·사회 초년생 물량 총 274가구 중 270가구에 해당하는 전용 16㎡형에 책상, 선반 등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현재 입주 중인 고양 삼송 행복주택도 청년세대 물량에만 붙박이 가구를 제공한다. 입주자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물품이지만 '셀프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청년 입주자들에게는 짐이 되고 있다. 입주자 의향을 반영하지 않은 채 설치된 데다 물품 철거를 원할 경우 원상복구 비용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행복주택은 전용 45㎡ 이하 소형인 데다 개인 창고가 없어 가구를 별도로 보관하기 어렵다.
 이곳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기본 지급 물품은 공사 때 단체 주문한 제품"이라면서 "나중에 돈을 주고도 사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발코니에라도 보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행복주택에 입주할 예정인 취업 준비생 이 모씨(27·여)는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기존에 살던 집에도 가구를 많이 사 놨다"면서 "특히 작년에 큰돈을 들여 책상을 샀는데, 행복주택에서 제공하는 책상은 버릴 수도 없기 때문에 못 가져올 상황"이라고 말했다.
 입주자 수요 조사가 없는 기본 가구 제공은 2030세대의 'YOLO(You Only Live Once)족' 성향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YOLO족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삶을 지향하는 신세대를 일컫는다. 이들은 임대로 살더라도 자기 취향대로 집을 꾸미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YOLO족 등장과 맞물려 최근 방스타그램(방 인테리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유), 이케아, 셀프 인테리어 전문숍 등이 인기를 끈다. 가구업체 한샘에 따르면 청년 세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바일 가구 구매의 매출 비중이 지난해 1분기 5.1%에서 같은 해 3분기 7%로 증가했다. 행복주택은 최대 6년간 거주할 수 있어 올해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되면 인테리어 수요가 늘 전망이지만 기본 제공 가구가 장애물이 되고 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의 저자 노명우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책상까지 구비된 행복주택은 자기만의 공간을 갖추고자 하는 요즘 젊은 세대의 욕망과 상충한다"면서 "LH는 호의가 실제 입주자에게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려면 입주 예정자들의 의견을 꼼꼼히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행복주택은 청년 입주자 배려 차원에서 기본 가구를 기존 임대주택보다 많이 제공한 것"이라면서 "제공된 물품을 훼손한 데 따른 비용은 주거 기간이 길어질수록 낮아지기 때문에 퇴거 시점에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윤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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