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너무 컸던 기대감, 트럼프 랠리에 나타난 `이상신호`
입력 2017-01-16 15:43 
다시 내리막타는 달러인덱스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이후 줄곧 랠리를 구가하던 미국금융시장이 취임을 사흘 앞두고 반전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증시는 불안한 횡보세를 거듭하고 있는데다 달러가치와 미 국채금리가 최근 내리막을 타고 있어 월가에선 '적신호'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일명 '트럼프노믹스'가 미국의 물가만 올려놓고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월가의 우려감이 확산되면서 시장 지표가 흔들리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내 일자리가 늘고 기업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것이라고 장담하지만 최근 시장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는 얘기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근거는 미국 국채의 실질수익률이다. 실질수익률은 채권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조정한 수익률로, 대개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떨어진다. 경제 불안감이 커지면 안전자산인 국채 투자가 늘어 국채가격이 오르지만 국채값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금리는 하락한다.
미 10년만기 국채금리의 실질수익률은 지난해 12월 16일 0.74%였다가 최근 0.38%로 떨어졌다. 대통령 선거일(0.15%)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지만 트럼프 당선 후 재정확대, 규제완화, 감세 등의 경제 활성화 기대감으로 국채금리가 빠른 상승세를 탔던 점을 감안하면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지 않은 미 10년만기 국채금리는 대선 당일 1.867%에서 지난해 12월 16일 2.6%로 올랐다가 지난 13일에는 2.38%를 기록했다.

미국경제의 성장세가 예상치를 웃돌 것이라는 전망에 미 달러 가치도 거침없는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최근에는 꼬리를 내린 모습이다. 주요 6개국 화폐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3대를 기록하면서 2002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가 이달 들어서는 내리막을 타 101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펜뮤추얼애셋매니지먼트의 지웨이 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미 국채의 실질수익률과 달러 가치의 하락은 트럼프노믹스가 미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인플레이션만 자극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이 생각한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미 증시도 주춤하긴 마찬가지다. 다우지수는 연일 '트럼프 랠리'를 펼치면서 2만선 도달에 불과 30포인트 가량을 남겨줬지만 횡보와 약보합을 거듭하다가 지난 13일 1만9885.73을 기록했다.
트럼프노믹스에 대한 월가의 우려에 불을 당긴건 '보호무역 리스크'다. 트럼프 당선인이 포드, GM, 도요타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에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하지 말라고 연일 전방위 압박을 가한게 시장 불안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다. 트럼프는 멕시코나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미국으로 수입되면 35~45%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고 윽박지르고 있다.
치라그 미라니 UBS증권 미 금리전략 담당 헤드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 수입제품의 가격이 껑충 뛰어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의 구매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경제 석학들도 트럼프 당선인의 규제완화와 감세에는 수긍하면서도 세계 무역전쟁을 촉발할 보호무역 기조를 우려하고 있다.
'맨큐의 경제학' 저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트럼프가 촉발할 고립주의를 올해의 최대 경제 리스크로 꼽았다. 미국만 관세장벽을 높이는게 아니라 미국에 당한 중국, 멕시코 등 다른 국가들도 보복관세 등의 맞대응에 나설 공산이 크다. 결국 미국 수출기업과 미 소비자들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만약 '보호무역 강화 → 인플레이션 상승 → 미 금리인상 가속도'의 부정적 흐름을 탈 경우 미국 경제는 또 다시 경기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 제기되고 있다.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총괄대표는 뉴욕타임스에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일자리 복원을 외치고 있지만 이런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이 1.5% 이상 성장한다면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것"이라고 말해 트럼프의 3~4% 성장 목표에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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