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백악관 기자들 나가라"…트럼프, 언론과의 전쟁 선포?
입력 2017-01-16 15:3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백악관에서 기자들을 쫓아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 언론을 혐오하는 트럼프의 '언론 기피'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 남성잡지 에스콰이어의 1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측은 현재 백악관 서관(웨스트윙)에 위치한 기자실을 건물 외부에 있는 '컨퍼런스센터'나 아이젠하워 행정동 빌딩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내정자는 표면적으로는 지금의 백악관 기자실 공간이 트럼프를 취재하는 데 충분치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스파이서는 "49석인 지금의 기자실이 충분한지, 지난번 기자회견 때 언론인 수천 명의 참석 요청을 받았지만 400명으로 제한했는데 더 많은 언론에게 기회를 줄 순 없는지 논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트럼프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언론을 백악관 외부로 쫓아내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트럼프 측 한 고위 관계자는 "언론은 야당이며 그들이 백악관에서 나갔으면 한다"며 "기자실을 되찾을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을 들은 미국 언론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기자실 이전이 실행되면 기자들이 그간 백악관 내에서 관료들을 밀착 취재할 수 있던 수십 년 간의 관행을 송두리째 뒤흔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프 매이슨 백악관 출입기자회 회장은 "현장취재를 막는 어떤 움직임에도 강경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언론인을 경원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1월 8일 당선된 후 64일 동안 '트위터 정치'로 일관하다 지난 11일에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비윤리적인 행동이 담겨있다는 '트럼프 X파일'을 보도한 CNN과 버즈피드에게 "실패한 쓰레기 더미"라고 하는 등 욕설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여기에 백악관 대변인 후보였던 데이비드 말토스코 데일리메일 온라인 정치에디터가 과거 백악관 출입기자들에게 '약물검사'를 제안한 사실이 밝혀져 의혹을 더하고 있다. 말토스코는 트럼프에게 "백악관 기자들에게 1년에 2차례 약물 검사를 받게 하고 거부하면 출입기자 명단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말토스코는 스파이서에게 밀려 대변인에 임명되진 못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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