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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음악 여행] 승리의 `W` 깃발, 그리고 "고 컵스 고"
입력 2017-01-16 06:01 
시카고 컵스 선수들이 월드시리즈 우승 기념 행사에서 고 컵스 고를 부르고 있다. 사진=ⓒAFPBBNews = News1
"이봐 시카고, 어떻게 생각해? 컵스가 오늘 이길 거라네."
[매경닷컴 MK스포츠 김재호 기자] 마지막 아웃이 확정되는 순간, 경기장은 흥분의 도가니에 빠진다. 리글리필드 전광판 위 올라가는 흰 바탕에 파란색 W가 새겨진 깃발이 홈팀의 승리를 알리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흥겨운 노래. 관중들은 일제히 "고 컵스 고"를 외치며 승리를 기뻐한다.
시카고 컵스의 승리와 함께하는 이 노래는 스티브 굿맨이 지난 1984년 발표한 고 컵스 고(Go Cubs Go)라는 노래다.
제이 블렁크 컵스 마케팅 및 판매 부문 책임자는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공식 테마송이 없지만, 이 노래가 컵스의 비공식적인 승리가라고 말할 수 있다. 팬들은 확실히 이노래를 잘 받아들이고 있다"며 고 컵스 고가 컵스를 대표하는 응원가가 됐다고 말했다.
이 노래를 만든 굿맨은 열혈 컵스팬이었다. 그는 이 노래가 발표되기 전인 1981년에는 죽어가는 컵스팬의 마지막 요청(A Dying Cub Fans Last Request)이라는 컵스와 관련된 또 다른 곡을 발표했다.
이곡은 1945년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올라가지 못한 컵스에 대한 저주로 가득했다. 컵스를 "내셔널리그의 도어 매트(남들에게 당하기만 하는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로, 리글리 필드를 "아이비 덩쿨로 덮힌 묘지"로 칭했다. 당연히 이 노래는 리글리필드에서 금지곡이 됐다.
이후 굿맨은 컵스 중계 라디오 채널인 WGN/720의 PD였던 댄 파비안으로부터 보다 긍정적인 분위기의 곡을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래서 탄생한 곡이 바로 고 컵스 고다. 첫 구절부터 "야구하기 아주 좋은 날씨라네"라는 가사로 시작되는, 시종일관 긍정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는 노래다.
이 노래의 힘 덕분이었을까. 컵스는 이 곡이 발표된 1984년 내셔널리그 동부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백혈병을 앓아왔던 굿맨은 컵스가 지구 우승을 확정짓기 4일전 36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이 곡은 한때 다른 곡들에게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1987년에는 비치 보이스의 히어 컴 더 컵스(Here Come the Cubs)에게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그러던 이 노래가 다시 부활한 것은 2007년. 그해 5월 굿맨의 자서전이 발간됐고, 컵스가 내셔널리그 중부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팻 퀸 일리노이 부지사가 10월 5일을 스티브 굿맨 데이로 선포했다. 다음해 컵스가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노래 인기도 동반 상승했다. 컵스 중계 방송은 홈에서 팀이 이겼을 때 시청자들이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해설진이 멘트를 멈추기도 했다.
고 컵스 고는 승리의 W 깃발과 함께 컵스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사진=ⓒAFPBBNews = News1
2016년 컵스가 108년의 침묵을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을 때도 이 노래는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앤소니 리조, 데이빗 로스, 덱스터 파울러는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SNL)에 출연해 이 노래를 불렀고, 미국 초대 재무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일생을 다룬 뮤지컬 해밀턴 출연진도 시카고 공연 당시 커튼콜에서 W 깃발과 함께 이 노래를 열창해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버블링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도 3위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컵스 구단은 홈에서 이겼을 때 다양한 음악들을 사용했지만, 고 컵스 고만한 노래는 없었다. 블렁크는 앞선 인터뷰에서 "이 곡은 승리가 컵스팬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이해하는 이가 만든 노래다. 컵스팬이 이 노래의 가사를 들으면 자신과 관련 있는 얘기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차이가 있다"며 팬들이 공감하며 부를 수 있는 노래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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