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가 또 다시 찾아왔다. 야외활동은 줄어들고 자연스레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오랫동안 밀폐된 실내 공간은 미세한 먼지나 오염물질이 쌓이게 되고, 전염성 세균 혹은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이 그 공간으로 들어올 경우 전파를 쉽게 만든다. 또한 습기가 부족한 건조한 실내환경은 환경은 호흡기의 일차 방어막인 코 점막과 기관지 점막을 마르게 하여 세균 또는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능력을 떨어뜨린다. 결국 추위로 인해 떨어진 면역력과 함께 밀폐된 공간으로 인한 전파의 효율성, 그리고 건조함으로 인한 일차 방어벽의 허술함이 세균 및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수있는 안성맞춤의 환경을 제공한 셈이다.
김봉영 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는 "가족중 한명이 독감이나 감기, 눈병, 수두에 걸릴 경우 다른 가족들도 쉽게 전염된 이유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서식하기 쉬운 실내 공간과 감염환자가 사용한 수건이나 욕실용품, 전화기, 컴퓨터 키보드 등을 함께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족들 사이에 질환을 옮기는 매개체로 가장 흔한 것은 바로 함께 쓰는 '수건'이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수건을 통해 감기, 눈병 등이 전염될 수 있는데, 수건으로 질병부위가 아닌 손만 닦았다 하더라도 균이 전염될 수 있다.
질병의 60%는 손을 통해서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보통 한쪽 손에만 약 6만마리의 세균을 가지고 있다. 손은 뭔가를 잡고 나르고 만지기 때문에 각종 유해 세균과 가장 많은 접촉을 하는 부위이다. 일단 손에 묻은 세균은 눈, 코, 입, 피부 등으로 옮겨진 뒤 사람이 만지는 음식, 물건에도 옮겨져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염시키게 된다.
면도기 역시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함께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면도를 하다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상처가 날 수 있고, 잘못하면 피가 날 정도로 베일 수도 있다. 그런 상처를 통해 피부에 정상적으로 상재(常在)하는 균이 침투해 봉와직염(진피와 피하조직에 나타나는 급성 세균감염증의 하나로, 세균이 침범한 부위에 홍반, 열감, 부종, 통증이 있음)과 같은 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경로로 B형, C형 간염이나 에이즈 보균자와 공유했을 경우 해당 질환에 전염될 수도 있다.
가족이 함께 쓰는 손톱깎이나 화장실 앞 발매트도 관리가 필요하다. 발톱을 통해 어른들의 무좀균이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것 뿐만 아니라 너무 짧게 깎다가 흘린 피가 손톱깎이에 묻어 세균 및 바이러스가 옮을 수 있다. 김봉영 을지대병원 교수는 "발매트는 가족 중 무좀에 걸린 사람이 있을 경우 무좀균을 옮겨오는 지름길이 되며, 특히 당뇨 등 만성질환자를 둔 가족들은 발매트와 발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무실과 집에서 매일 만지는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에는 세균과 다른 사람의 손에 있던 다양한 균들이 묻어나와 증식하게 된다.
일례로 작업 중에 음식을 먹을 경우 여기서 나온 음식 부스러기가 컴퓨터자판기 틈을 통해 빛이 잘 닿지 않는 곳에 떨어져 있다가 습기와 결합하면 균들이 서식할 수 있는 최적의 서식지로 변하게 된다. 가족이나 사무실 직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전화기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세균이 서식하고 있고,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는 여드름이나 뾰루지의 원인균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오래된 책과 돈은 세균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여러 가지 종류의 세균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책장을 넘기거나 돈을 셀 때는 절대로 손가락에 침을 묻혀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천으로 만든 행주를 사용했거나 주방청소, 화장실을 청소한 뒤에는 다량의 박테리아 및 곰팡이 균을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아 손을 씻어야 한다.
평상시 공중화장실 변기 손잡이와 수도꼭지를 만졌을 때에도 감기원인이 되는 라이노바이러스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이지용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감염내과 과장은 "책장을 넘기거나 돈을 셀 때 손가락에 침을 묻히는 행위는 그곳에 묻어있는 수많은 병균들을 입 속으로 넣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독서한 후나 돈을 센 후에는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겨울철 실내생활을 건강하게 하려면 적당한 난방과 함께 환기를 자주 하는 게 좋다.
최근 환기를 위해 공기청정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공기청정기는 일부 가벼운 먼지 입자를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무거운 항원들을 제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필터 청소를 게을리 하면 오히려 바이러스를 확대시키는 도구가 될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사용 전에 제품 정보를 꼼꼼히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또한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시킴으로써 호흡기 점막이 충분한 수분을 머금게 하고, 섬모가 활발한 운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겨울철 실내습도는 40% 이상 유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천식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경우 집먼지진드기 번식을 막기 위해 50%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지름길은 손을 깨끗이 씻고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겨울에는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지속적으로 독감이 유행하는 만큼, 개인위생관리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며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 생각보다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있다"고 강조했다.
피부가 깨끗하면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파고들 수없다. 입, 입술,코, 눈과 같이 점액질을 분비하는 모든 기관은 바이러스가 들어갈 수있는 문(門)과 같다. 가장 빈번한 감염경로는 감염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서 튀는 비말속의 바이러스 입자를 흡입하는 것이다. 또한 바이러스를 가진 손을 눈이나 입, 코에 가져가는 것으로도 충분히 감염될 수있다.
우리는 몸에 1만종에 달하는 박테리아(세균)나 바이러스를 지니고 살고 있다. 개체수로 환산하면 100조개나 되며 우리 몸 세포의 10배, 몸무게의 2%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장내에 서식하고 나머지는 피부, 머리카락 등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손을 어떻게 씻어야 깨끗하게 씻을 수 있을까?
손씻기는 그냥 물에 대충 비비기만 하면 소용이 없다. 손에 비누를 묻혀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흐르는 물에 구석구석 씻어야 한다. 손깍지를 끼고 손가락 사이를 문질러 씻고 손가락으로 손바닥 손금을 긁어주기도 한다. 손가락은 손바닥으로 감싸서 따로 씻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양손의 손톱을 맞닿게 해서 비벼주도록 한다. 반지를 낀 사람은 반지 쪽도 씻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손에 감염된 바이러스는 3시간이상 활동하므로 하루에 최소한 8번은 씻어야 손으로 인해 전염되는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있다.
비누가 일부 균을 어느 정도 죽일 수있지만 감기를 유발하는 라이노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를 죽일 방법이 없다. 하지만 비누로 손을 씻으면 물에 의해 더 세세하게 각종 세균이나 박테리아를 씻어낼 수있다. 손을 씻은 뒤에는 가급적 면수건보다 종이타월로 닦는 것이 낫다.
최근 들어 수도꼭지에 손을 대지 않고 자동 수도나 발로 페달을 밟으면 물이 나오는 수도를 사용하는 곳도 따지고 보면 위생을 위해서다. 손을 씻고 수도꼭지를 잠그다 수도꼭지에 묻은 병균이 옮길 수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손은 언제 씻는 게 좋을까. 먼저 쇠고기나 돼지고기, 생선, 해산물, 저온멸균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나 유제품 등의 날음식, 씻지 않은 샐러드, 과일이나 야채, 정수하지 않은 물, 먼지, 곤충 등을 만졌을 경우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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