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펀드매니저의 평균 근속기간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70개월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매니저들이 채 5년도 안돼 자산운용사를 옮겨다니는 탓에 소위 '철새'로 불렸던 국내 펀드매니저 업계 관행이 크게 달라진 셈이다.
5일 매일경제신문이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를 분석한 결과 국내 등록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들(582명)의 평균 근속기간이 작년말 기준 70개월(5년10개월)을 기록했다. 2007년 금융투자협회의 펀드매니저 현황 통계가 시작된 이후 평균 근속기간이 70개월로 늘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과 5~6년전만 해도 3~4년에 한번씩 회사를 옮겨 철새로 불렸던 펀드매니저의 근속기간이 늘어난 것은 일단 고무적이란 평가다. 펀드매니저가 한 곳에 오래 머물러야 운용사의 각기 다른 투자철학을 이해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펀드에 제대로 접목시켜 차별화된 펀드 운용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가 10명 이상인 운용사 가운데 평균 근속기간이 긴 운용사는 프랭클린템플턴운용 한국법인(8년4개월) 신영자산운용(7년4개월) 하이자산운용(7년) 순이었다. 이상진 신영자산운용 대표는 "가치주는 장기 투자로 접근해야 하는데 펀드매니저 교체가 잦으면 운용전략이 흔들려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도 "해외는 펀드매니저가 한 곳에 보통 10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직이 잦으면 철학 있는 펀드 운용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모 주식형펀드에서 최근 5년간 20조원이 이탈할 정도로 펀드 인기가 시들해진 것이 매니저의 근속기간이 길어진 배경이란 씁쓸한 지적도 나온다. 높은 몸값에 타사 매니저를 스카우트하는 업계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얘기다. 실제 평균 3년에 불과했던 평균 근속기간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펀드 성과가 부진해지기 시작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만 펀드매니저별 평균 운용 펀드숫자는 2010년 이후 7년째 6개로 여전히 많다. 펀드매니저가 특정 펀드에 집중해 차별화된 운용스타일을 유지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강방천 에셋플러자산운용 회장은 "일본 사와카미투신의 경우 20년 가까이 오로지 펀드 하나만 굴린다"면서 "운용하는 펀드 숫자가 많아지면 매니저의 집중도가 떨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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