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업계 2위' 송인서적 부도, 대안은?…"어음결제 등 후진적 영업방식 바꿔야"
입력 2017-01-04 08:33 
송인서적 부도 / 사진=연합뉴스
'업계 2위' 송인서적 부도, 대안은?…"어음결제 등 후진적 영업방식 바꿔야"


전국 중소형 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업계 2위 도매상 송인서적이 부도를 내면서 출판유통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이 업체를 통해 책을 공급하고 어음을 받아놓은 출판사들은 당장 직접 타격을 받게 됐습니다. 출판사마다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 원어치 어음이나 외상이 물려있는 상태입니다. 인쇄·제본 등 출판쪽 어음이 유통되는 관련 업계의 자금 흐름도 상당 기간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3일 출판업계에 따르면 송인서적이 단행본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입니다. 교보문고나 예스24같은 온라인·대형서점은 대부분 책을 출판사와 직거래하고 도매상을 거치는 서적은 주로 중소형 오프라인 서점에 유통됩니다.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출판사들은 복수의 도매상과 거래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출판사가 작을수록 도매상 한 곳에 유통을 모두 맡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형출판사는 자본구조가 취약한 곳이 대부분이어서 연쇄 폐업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한 출판사 대표는 "작은 출판사는 유통구조의 틀을 확고하게 잡기 어려워 도매상 한 곳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장 큰 피해자는 송인에 책을 공급한 소규모 출판사"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도서시장 전체 규모가 점점 줄어드는 반면 인터넷·대형 서점이 몸집을 불리면서 중소형 서점과 주로 거래하는 도매상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다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이런 흐름은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두드러지는 것으로 출판업계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대형서점들은 중고서적 시장을 포함한 오프라인 매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오히려 영업이익을 늘렸습니다.

한 중견 출판사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 한 곳이 들어서면 지역 서점 열 곳은 문을 닫는다고 봐야 한다. 대형 서점이 성장할수록 도매상 매출은 줄어드는 경향이 10년 이상 지속됐다"고 전했습니다.

한기호 출판마케팅연구소장은 블로그에서 "대형 출판사는 잔고를 봐주지도 않고 무조건 긁어간다. 책 좀 파는 서점들은 공급률을 낮춰줄 것을 요구한다"며 "지금 구조에서는 도매상이 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송인서적은 1997년 외환위기 사태 때도 부도를 맞았지만 출판사들이 지원해 되살린 바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출판유통의 한 축이 무너지면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동정론이 많지만 이참에 어음결제 등 후진적 영업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국출판영업인협의회 게시판에는 송인서적의 부도 소식에 "출판사와 서점 모두 상생하는 길은 공급률 통일하고 현금결제하는 것밖에 없다", "문방구 어음 주는 구시대적 회사가 언제까지 갔을까" 등 업계의 영업 관행을 비판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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