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경제 상황 속에서도 이익이 계속 개선돼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란 '꽃'을 피우는 종목에 대한 투자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2%대로 낮춰지면서 기업 매출 증가라는 양적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가운데 이익 증가가 이어지는 기업들은 향후 투자 확대에 나설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과 반도체, 인터넷, 화학, 자동차부품과 같은 다양한 업종에서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주가가 강세를 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성호 IBK투자증권 사장은 "최근 20년간 주가와 이익 흐름을 보면 이익이 정점을 찍은 후에도 당분간 주가가 좋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외국인 매수 패턴 보다 기업 이익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높았다"고 말했다.
2일 증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작년말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을 통틀어 시가총액 상위 20곳의 올해 총 영업이익 합계 추정치(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93조4000억원에 달한다. 2015년 73조9000억원에서 작년 83조원으로 늘어난 것에 그치지 않고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다.
시총 상위 20곳의 올해 예상 매출은 805조8000억원으로 작년 보다 5.6% 증가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예상 증가폭이 12.7란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불황형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영업이익 급증 이유는 IT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황 때문이다. 두 업체 모두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수혜가 지속되는데다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3차원(3D) 낸드플래시의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해당시장 점유율이 높은 두 업체의 성장성이 주목되고 있다.
작년 주가가 40% 넘게 오른 삼성전자는 올해도 여전히 최우선 추천 종목으로 꼽힌다. 작년 28조원의 연간 영업이익이 올해는 35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이 올해 최소 27조원에서 35조원 까지 예상되는데 하만 인수 효과까지 나온다면 36조원도 가능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도 반도체 실적 개선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작년 연간 2조9000억원의 영업이익이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5조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업체의 매출은 같은 기간 18.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영업이익은 무려 72.2% 늘 것으로 추정된다. 3D 낸드 수요 증가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뿐이기 때문이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 같은 4차산업혁명과 관련돼 이 분야 수요 증가는 삼성과 하이닉스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IT 대형주인 LG이노텍도 카메라모듈 사업부 수익성 개선을 바탕으로 올해 최대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2400~2500억원대로 이는 전년 대비 20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중소형 IT주들의 깜짝 실적도 주목해 볼 만하다. 반도체 파운드리업체(수탁생산) 동부하이텍은 올해 처음으로 영업이익 1500억원 돌파가 기대된다. 웨이퍼 생산력을 전년 대비 10% 확대할 예정인데다 스마트폰용 전력관리칩(PMIC)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중에선 현대모비스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현대·기아차는 고전할 것으로 보이지만 완성차가 아닌 부품 수출 기업인 현대모비스는 악재에서 빗겨나 있다. 현대모비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 보다 3000억원 증가한 3조3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다만 일부에선 현대차그룹 매출 의존도가 높아 고전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박영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완성차 판매가 회복돼야 모비스도 한단계 도약할 수 있다"며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줄이는 것도 숙제"라고 덧붙였다.
인터넷과 게임 업종 주도주의 영업이익도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작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확실시 되는 네이버는 올해도 1조4000억원 수준의 이익이 기대된다. 권윤구 동부증권 연구원은 "국내 포털 광고 시장에서 모바일 광고부문이 좋을 것으로 보이며 이는 네이버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가는 올해 첫 증시에서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이날 SK하이닉스와 동부하이텍은 전날 대비 2.4% 이상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네이버도 소폭 올랐다.
반면 실적이 호전되더라도 중국 사드 관련 업종인 화장품주와 전기차 배터리 관련 업체는 당분간 보수적 투자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4.5% 이상 하락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삼성SDI와 LG화학도 각각 2%, 3%씩 하락해 향후 전망에 그림자가 드리운 상태다.
[문일호 기자 / 이용건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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