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 씨(21)가 덴마크에서 현지경찰에 의해 체포됐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바로 송환될지는 알 수 없다. 그가 현지에서 범죄인 인도와 관련한 재판을 받으면 송환까지 시간이 다소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씨는 유럽에 체류하면서 현지에서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국내 송환이나 강제수사에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가 법적대응을 준비하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딸 유섬나 씨의 경우처럼 재판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씨는 2년 넘게 송환 거부 소송이 진행중이다.
박영수 특별검사(65·사법연수원 10기)팀은 정씨의 이같은 대응과 무관하게 정씨에 대한 소환 절차를 밟아나간다는 방침이다. 인터폴의 적색수배가 덴마크 법에 따른 72시간 구금 가능 시간 내에 발동되면 정씨의 신변 확보와 국내 송환 절차가 가능해진다. 특검 관계자는 "자진귀국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유씨의 사례와 다른 점은 정씨가 어린딸과 함께 있기 때문에 적색수배 등에 의해 구속이 되면 한국에 와서 조사를 받으려는 생각을 할수도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서는 적색수배가 빨리 떨어지는 것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이화여대 재학 중 기말시험에 응시하지 않고 학점을 취득했다는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특검 역시 정씨의 학사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화여대 관계자를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관련 혐의로 체포영장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아뒀다. 교육부에서 실시한 감사에서는 부당한 방법으로 이대에 입학한 것으로 조사돼 이에 관한 특검 수사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정씨에 대한 조사는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최순실 씨(61·구속기소)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날 정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것으로 알려진 류철균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필명 이인화·51)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했다. 특검은 그를 지난달 31일 긴급체포했다. 류 교수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늦게 가려졌다. 류 교수는 정유라 씨(21)가 독일에 있을 당시 시험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점수를 준 혐의(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해당 문제가 교육부 감사 대상에 오르자 조교를 시켜 답안지를 작성하게 했다는 혐의(증거위조교사·사문서위조교사·위조사문서행사)도 받고 있다. 특검팀의 조사를 앞두고 조교들을 협박했다는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도 있다. 류 교수는 '이인화'라는 필명으로 소설 '영원한 제국'을 집필한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오전 송광용 전 대통령 교육문화수석(64)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송 전 수석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성호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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