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P2P금융, 부동산담보대출로 재편
입력 2017-01-01 18:28  | 수정 2017-01-01 19:54
개인신용대출 위주였던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금융 시장이 부동산담보대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신용대출보다 리스크가 낮아 접근이 쉽고, 업체 입장에서도 곧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는 틈새시장이라 규모가 급성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P2P금융 시장 동향을 분석하는 크라우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현재 P2P업체의 부동산담보대출 누적액은 3213억원에 달한다. 전체 P2P 누적 대출액(4920억원)의 65%에 달하는 수치다. 2015년(153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1배나 급성장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P2P업체 중 부동산담보대출에 손을 댄 곳은 1곳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67곳으로 급팽창했다. 최근 피플펀드, 8퍼센트 등 그동안 개인신용대출만 취급하던 P2P업체들도 부동산담보대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피플펀드는 오피스텔 건축에 돈을 빌려주는 100억원대 오피스텔 PF대출 상품을 출시해 증권사와 함께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처럼 P2P 시장이 부동산담보대출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은 개인신용대출에 비해 리스크가 낮아 아직 P2P대출이 낯선 투자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형 PF대출을 전문으로 하는 테라펀딩의 경우 부도가 나더라도 담보로 잡고 있는 토지를 경매로 넘기면 투자금 중 일부를 상환받을 수 있다. 반면 개인신용대출은 원칙적으로 부도(미상환)가 발생하면 투자자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다.
P2P업체 입장에서 곧 출범할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앞서 K뱅크와 카카오뱅크 등은 주력 사업으로 중금리 신용대출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타깃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금리는 6~15% 수준으로 P2P 신용대출금리와 비슷하다. 영업력과 사용자 규모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P2P금융업체들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전문 인력이 적어 신용평가 등 리스크 평가·관리에 약점이 있는 P2P업체들로서는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인터넷은행과 경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담보대출을 늘리는 것은 인터넷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가 한 P2P업체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을 연간 1000만원으로 제한하는 P2P 가이드라인을 금융당국이 내놓은 점도 부동산담보 P2P대출 확대에 일조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부동산담보대출은 담보를 내세워 투자금 제한이 없는 기관투자가 중심으로 자금을 모으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부동산담보 P2P대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P2P업체 대출 규모가 크진 않지만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이 부정적인 점은 유의해야 한다"며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부동산 경기에 따른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담보 P2P대출이란 중개업체가 인터넷 사이트나 앱을 통해 부동산 개발 관련 투자 상품을 올린 뒤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상품이다. 대출자들은 2금융권에 비해 저렴한 금리에 돈을 빌릴 수 있고, 투자자들은 연 10%대의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정지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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