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면세점 과당경쟁…호텔신라株 울상
입력 2017-01-01 17:36  | 수정 2017-01-01 19:47
'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호텔신라의 최근 주가 흐름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2015년 8월 주당 13만6000원으로 고점을 찍은 주가가 지난달 29일 4만8150원으로 1년4개월 만에 64% 떨어졌다. 더 큰 문제는 아직까지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라는 점이다. 호텔신라 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들 수 있다는 얘기다.
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호텔신라는 600억~700억원 안팎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9일 이 회사 시가총액(1조8898억원)을 감안하면 올 연말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30배 안팎에 달한다. 코스피 평균(10~11배)은 물론 사업 영역이 비슷한 파라다이스 예상 PER(16배)와 비교할 때 훨씬 높은 수치다. 이 같은 '거품'의 근본 원인은 면세점 사업에 대한 장밋빛 환상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호텔신라는 회사 이름과 달리 주 업종은 면세점이다. 2015년 매출의 90%를 면세점 부문에서 올렸다. 호텔과 레저업 비중은 나머지 10%에 불과하다. 주가가 장기 횡보를 끝내고 대세 상승으로 접어들던 2013~2014년, 시장에서 면세점을 보는 시각은 장밋빛으로 가득했다. 면세점 매출액이 연평균 20% 넘게 꾸준히 성장할 거란 증권사 보고서가 나왔다. 여기에 호텔신라가 2014년 10월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에 입점하자 글로벌 매출이 커질 거란 기대감도 한몫했다.
하지만 축배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2015년 호텔신라는 메르스 직격탄을 맞고 영업이익이 770억원으로 줄었다. 하지만 그해 7월 호텔신라가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용산에 HDC신라면세점 허가권을 따내자 주가는 실적 부진과 반대로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다. 실적과 주가 간 괴리가 지나치게 벌어지자 주가는 빠른 속도로 내리막길을 탔다.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분석 목소리가 가세했다. HDC신라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까지 111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사드 배치 직격탄을 맞고 중국 관광객은 줄어들고 있다.

호텔신라가 9곳을 운영 중인 중저가호텔 '신라스테이'는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가 유력하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수수료와 마케팅 비용이 늘어날 조짐도 있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희망의 끈은 아직 남아 있다. 적자를 보던 신라스테이는 올해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인천공항 면세점과 HDC신라 역시 올해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김윤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분기부터 실적이 개선되는 움직임이 보여 최악 국면은 벗어난 상태"라고 말했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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