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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외식업체 `눈물`…내수절벽에 김영란법 겹쳐
입력 2017-01-01 17:36  | 수정 2017-01-03 17:42
토종 외식업체들이 꽁꽁 얼어붙은 경제상황 탓에 잇달아 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사상 최악의 내수 부진에 고객들이 돈주머니를 꽉 조이고 풀지 않는 데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여파로 단체고객도 확연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산 위기에 내몰린 주요 외식 브랜드로 옛골토성, 치어스 등이 있다.
지난달 23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바비큐 전문음식점 '옛골토성'으로 잘 알려진 중견 외식 프랜차이즈 토성에프시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토성에프시는 기업회생 기간 동안 법원 명령으로 동결됐던 20억원 이상의 금융권 단기채무를 올해 내에 전부 상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외식업계에서는 토성에프시의 지난해 매출이 56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채무상환에 실패해 부도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985년 작은 포장마차로 출발한 토성에프시는 2005년 옛골토성 1호점을 오픈한 후 10년도 안 돼 50개가 넘는 국내 점포와 중국, 인도네시아에 지점을 내며 대표적인 바비큐 프랜차이즈로 자리 잡았다. 또한 홍명보 장학재단을 정기적으로 후원하며 사회공헌사업도 이어갔다. 그러나 2014년 이후 토성에프시는 내수 부진으로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한 끝에 지난해 5월에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
자수성가한 중견 외식 프랜차이즈들의 경영위기는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 200개 매장을 보유한 맥주전문점 치어스도 지난달 초 경영위기를 이유로 수원지방법원 파산부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치어스는 요리형 맥줏집(레스펍)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과 '노숙자 출신에서 재기한 사업가'라는 대표이사의 성공신화가 맞물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속해서 한국 프랜차이즈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외식업체들이 잇단 경영난에 시달리는 이유는 사상 최악의 내수 부진 여파가 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94.2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7년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들의 경기에 대한 전망을 집계한 평균으로 10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올해의 경기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는 수년간의 경기 불황에 최순실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대중의 상실감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김영란법 시행 이후 송년회나 회식 자리가 크게 줄어든 것도 외식업 불황에 영향을 미쳤다. 서울 종로구 관철동에서 5년째 막횟집을 운영하는 A씨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전년보다 송년회 자리에서도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단체고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고객들이 식사 후 지출하는 평균액수(객단가)도 줄어들어 수지타산이 맞을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유태양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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