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강남구 대지통 서울무역전시장(세텍·SETEC) 부지에 '제2시민청'을 조성하려던 계획이 강남구의 반대로 2년만에 무산됐다. 구룡마을 개발, 수서727 모듈러 행복주택 조성 등에서 서울시와 갈등을 빚다 결국 구청의 계획안을 관철시킨 강남구청은 이번 제2시민청 무산으로 완승을 기록했다.
29일 서울시는 세텍 내 제2시민청 조성계획 철회에 대해 "그동안 5회에 걸친 행정심판·소송과 감사원 공익감사 등이 모두 서울시 손을 들어주는 등 법률적 타당성이 입증됐음에도 강남구의 소모적 방해가 계속돼 더 이상 행정력 낭비를 하기보단 대승적 차원에서 장소를 옮겨 조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유휴 공공시설을 비롯 적합한 타 부지를 물색한 후 공사에 들어가 내년 7월까지 제2시민청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시는 당초 세텍 부지에 있는 SBA컨벤션센터 1∼2층, 2000㎡에 시민청 갤러리, 시민청 플라자, 공정무역·테마 전시장 등을 만들 계획이었다. 지난해말 공사업체와 계약을 하고 공사도 진행했다. 하지만 강남구가 이곳을 인근 아파트 재건축에 발맞춰 후일 함께 개발해 MICE 혹은 중소기업발전을 위해 써야 한다며 반대해 공사는 집행한지 하루만에 무산된 후 1년 넘게 중단됐다. 관련 사업예산도 불용처리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건립비·운영비로 예산이 20억원 가량 잡혀 있는데 공사 지연으로 불용돼 예산이 없다"며 "강남구 직원과 지역 주민들이 출입을 막고 있고 제2시민청 개관이 지연되며 주민 피해가 계속돼 시민 편의가 최우선이라는 원칙에 따라 불가피하게 다른 장소를 찾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서울시는 시민을 위한 시민청을 이야기하지만 현재 서울시청 지하에 위치한 제1시민청의 모습을 보면 그 시설이 꼭 필요한 시설인지 의문"이라며 "주민들은 시민청이 아니라 도서관, 박물관, 전시장 등 복합문화단지 조성을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청은 지난달 이미 구룡마을 개발에서도 '환지 및 수용' 혼합방식을 주장하던 서울시와 극한대립을 벌이다 결국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원래 주장했던 100% 수용방식을 관철시킨바 있다. 수서동 727번지에 서울시가 조성하려던 '모듈러 행복주택' 역시 강남구가 반대하면서 지역구의원인 전현희 의원, LH가 중재해 천안으로 옮겨 짓기로 결정했다.
시의 이같은 '대승적 양보' 이면에는 아직도 갈등의 불씨로 남아있는 영동대로 개발 관련 문제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서울시와 강남구는 현대차가 삼성동의 구 한국전력 부지를 매입하면서 공공기여금으로 내놓은 1조7491억원의 사용처를 두고 싸우는 중이다. 강남구는 이 공공기여금으로 주차장 건립에 써달라고 요청했지만 서울시는 삼성동과 연결된 잠실 일대의 주경기장과 학생체육관 리모델링 및 이전에 우선 사용되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강남구는 이에 반발하며 서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낸 상태다.
한편 서울시는 서울시교육청을 용산구 후암동 수도여고 옛 부지로 이전하는 계획을 29일 밝혔다. 시는 제19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용산구 후암동의 수도여고 부지에 서울시교육청 청사를 이전하는 '용산 지구단위계획 결정(변경)안'을 가결했다.
종로구 송월길 48에 위치한 현재 서울시 교육청은 준공한지 35년으로 시설이 노후되고 업무공간과 주차장이 협소해 신청사 건립이 요구됐다. 하지만 인접 경희궁지(사적제271호) 문화재 보호구역에 위치해 신축 등이 어려웠다.
시 교육청이 자리를 옮기는 용산구 후암동 168번지의 1만3708㎡ 부지는 수도여자고등학교가 있던 자리로 2000년 학교가 동작구 신대방동으로 옮기면서 현재는 학교지원시설인 교육시설사업소로 이용되고 있다. 시는 이곳에 서울시교육청을 새로 짓기 위해 학교로 지정됐던 도시계획시설을 공공청사로 변경했다.
시 교육청은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청사 이전에 대한 설계·시공 등 시설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박인혜 기자 /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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