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퀄컴에 철퇴 내린 공정위, 사상 최대 과징금 1조300억원 부과
입력 2016-12-28 17:00 

공정거래위원회가 28일 미국 퀄컴에 1조 300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공정위가 단일 사항에 부과한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이동통신 특허와 모바일 칩셋 분야 글로벌 기업인 퀄컴에 대해 한 나라 정부로서는 세계 처음으로 내린 불공정 경쟁 판단이어서 글로벌 휴대폰시장에도 큰 파문이 일 전망이다. 사법부에서 이 조치가 최종 확정되면 삼성, LG, 애플, 화웨이, 노키아, 에릭슨 등 휴대폰 제조업체의 원가 구조도 달라지게 된다.
공정위 신영선 사무처장은 이날 공식브리핑을 통해 "이동통신 표준특허를 갖고 있는 퀄컴이 경쟁회사에는 해당 특허의 사용권을 주지 않음으로써 독점력을 공고화하고, 고객사(휴대폰 제조사)에는 불리한 계약조건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개방하기로 약속한 특허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시장점유율을 높였고, 이를 무기로 삼성, LG, 화웨이 등에 통신특허와 칩셋을 함께 묶어서 '끼워팔기'를 했다는 것이다.
'끼워팔기' 결과 휴대폰 단말기 회사들은 퀄컴이 납품하는 칩셋 가격(약 10만원)이 아니라 전체 단말기 가격 (약 100만원)을 기준으로 일정 비율만큼 특허료를 산정해 퀄컴에 지불해 왔다. 공정위는 또 퀄컴이 200여개에 달하는 휴대폰 제조사들 특허를 '무상으로' 자신들에게 공개하도록 계약을 맺어 퀄컴 중심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한 것도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런 판단 하에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조치와 별도로 퀄컴에게 "이동통신 표준특허를 개방하고 불공정 계약을 다시 맺으라"며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퀄컴은 강력 반발했다. 퀄컴은 이날 "판단 과정에서 증거가 전혀 공개되지 않았으므로 이는 미국기업에게 증거에 대한 접근권과 반대주장을 보장하고 있는 한미 FTA에 위배"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이번 판단은 사실상 전 세계적으로 처음있는 선도적 판단이라는 평가다. 중국도 지난해 2월 퀄컴에 약 1조원의 벌금을 부과했지만, 이는 퀄컴 제한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제한한 것이다. 알렉스 로저스 퀄컴 지식재산권 라이선싱(QTL) 담당 수석부사장은 "중국은 2013년부터 단말기 가격의 65%만을 기준으로 특허료를 받게 했고, 다양한 특허를 묶어서 팔 수 없도록 제한하는 법을 시행했다"며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와는 다른 법 체계"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번 한국 공정위 결정이 최종 확정되면 향후 일본, 미국, 대만, 유럽연합 등에서 진행될 퀄컴에 대한 판단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미국과의 통상마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스테펀 셀리그 미국 상무부차관이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과 비공식 면담을 가지면서 '한국 공정위가 피조사업체의 반론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취지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지난 3월에도 오린 해치 미국 상원 재무위원장은 주미한국대사관에 서한을 보내 "공정위의 조사 불투명성 등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이 미흡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이는 보호무역주의 성향에 비춰 이 사항이 이슈화될 가능성도 있다. 장용석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사실상 한국이 가장 먼저 나간 판단을 내린 것인데 결국 서울행정법원은 물론 대법원까지 소송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현규 기자 / 윤진호 기자 /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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