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파고들지 않는 정보는 앎이 아니며 낡은 나를 넘어뜨리고 다른 나, 타자로서의 나로 변화시키지 않는 만남은 체험이 아니다."(황현산 문학평론가)
책과의 만남은 그런 것이다. 나를 또 다른 나로 변화시키는 만남. 정유년(丁酉年)에 꼭 만나야 할 책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올 한해 국내에 출간된 책을 통해 2017년을 내다볼 수 있는 키워드 5가지를 꼽았다. '질문의 책''정해진 미래''위로의 언어''분노의 날들''나의 발견'이 그것이다. 매일경제와 교보문고는 MD와 각 분야 전문가 10명의 추천을 받아 50권의 책도 엄선했다. 이는 새해를 맞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최고의 책 목록이기도 하다.
첫 번째 키워드로 선정된 '질문의 책'에는 교양 과학 도서 전성시대를 연 책들이 선정됐다. '틀리지 않는 법'은 특유의 유머, 대중적 글쓰기 감각, 신동으로 불리던 촉망받는 수학자인 저자의 전문성이 결합된 보기 드문 책이며 '모든 순간의 물리학'과 '대단하고 유쾌한 과학 이야기'는 술술 읽히는 교양 과학서로 탁월하다. '김상욱의 과학공부'는 과학적 사고방식의 중요성을 알려주며 '면역의 대하여'는 면역학을 아킬레우스 신화를 비롯한 시적 은유를 통해 아름답게 서술했다.
혼란스러웠던 한 해 쏟아진 경제경영서를 묶는 키워드는 '정해진 미래'다. 다보스포럼 회장 클라우스 슈밥은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선언했고, 인공지능학자인 저자 제리 카플란은 논쟁적인 책 '인간은 필요없다'를 통해 로봇의 시대를 예언했다. '정해진 미래'는 급속한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한국의 미래에 대한 조언을 담았다. '미래의 속도'는 앞으로의 변화는 산업혁명보다 10배는 더 빠르고, 300배 더 크고, 3000배 더 강할 것이라는 경고를 던진다. '그릿'은 타고난 재능보다는 열정이 더 중요함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였다.
'위로의 언어'는 올해 문학 분야 도서 12권을 꿰는 키워드다. 그만큼 위로와 치유의 문학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윤성희의 '베개를 베다',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황정은의 '아무도 아닌'은 한국 문학이 내놓은 최고의 성취 중 하나였다. 전세계를 휩쓴 '페렌테 열병'을 한국에 상륙시킨 '나의 눈부신 친구'도 많은 지지를 얻었다. 정이현의 '상냥한 폭력의 시대', 일본 아쿠타카와상 수상작인 '편의점 인간'도 이 시대를 읽는 초상으로 적합하다.
'분노의 날들'은 인문·사회 분야를 관통한 키워드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미국을 충격에 빠트린 콜럼바인 총격 사건의 가해자 부모가 쓴 책으로 인간의 근원적인 폭력성을 고찰했다. '근시사회'는 개인의 성격적 결함에 불과했던 충동성이 사회 전체를 파괴적 결말로 몰아가는지 추적했다. 페미니즘 도서의 열풍을 이끈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나쁜 페미니스트' 도 선정됐다. '이기는 프레임'과 '우리 아이들'은 돌아온 정치의 계절에 어울리는 책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나의 발견'이다. '숨결이 바람 될 때'는 암 말기 판정을 받고도 수술실로 돌아간 외과 의사 폴 칼라니티의 절절한 수기로 죽음과 삶의 의미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으로 자신의 문학적, 작가론적 속내를 털어놓은 책으로 주목받았다. '나는 왜 늘 아픈가'는 건강 강박증에 걸린 현대인에게 삶의 즐거움을 누리자고 조언했고, 소유의 관점을 뒤집는 '오늘부터 미니멀라이프'도 의미 있는 메세지를 던졌다. 선정된 책은 오늘자 특집 지면을 통해 소개되고 교보문고 온·오프라인 특설 매장에서도 독자들과 만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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