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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진짜타자] ‘KBO 관중 800만 시대’, 야구꿈나무들을 위한 고민
입력 2016-12-27 11:09 
800만 관중을 달성한 KBO는 이제 질적 성장이 더욱 중요해졌다. 꿈나무 선수들은 한국야구의 미래를 만들 자원이다. 지난 1일 고척돔에서 열렸던 선수협의 ‘프로야구 빛을 나누는 날’ 야구클리닉 모습. 사진=김재현 기자
재능이 좋은 어린이들이 야구를 선택해서 올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프로야구의 지속적인 인기와 흥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국가 통계포털 자료에 의하면 2016년 추계인구는 5124만5707명이라고 한다. 그 중에 야구장에 올 수 있는 인구를 대략 4500만명으로 계산하고 올 시즌 800만 관중이 입장했다면 인구수 대비 약 17%로 거의 20%에 육박하는 수치이다. 미국 볼링그린주립대 윤기웅 교수는 프로야구의 인구수대비 20%라는 관중 수치는 한계수치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국 프로야구가 양적 성장의 시대에서 질적 성장의 시대로 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야구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 봤다.
첫 번째는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의 야구 입문이다. 프로야구가 수준 높고 생동감 있는 경기를 위해서는 신체적인 부분, 기능적인 부분, 그리고 정신적인 부분까지도 좋은 선수들이 입단해야 한다. 내년도 고등학교 3학년 선수들이 층도 두텁고 기량도 좋다고 하는데 그들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WBC 4강 드라마를 보며 야구를 시작한 세대들이라고 한다. 그 아이들이 멋진 야구 선수의 꿈을 가지고 입문했고 이제 고등학생이 됐다는 것이다.
나 역시 어렸을 적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를 목청껏 응원했고 대표팀의 근성 넘치는 플레이에 자부심을 느꼈다. 야구 국제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이 펼치는 최선의 플레이와 명예로운 경기는 곧 재능 있는 아이들을 야구에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좋은 기회이다. 작년 프리미어12 대회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끝까지 저력을 보여줬던 9회 역전승은 야구꿈나무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두 번째는 재능 있는 아이들이 프로야구 선수가 될 때까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동을 하면서 공부를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다. 나의 경험으로도 학교에서 훈련을 늦게까지 한 후에 다음날 아침 일찍 책상에 앉아서 수업을 받게 되면 졸음이 와서 견딜 수 없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 2016 KBO윈터 미팅의 육성위원회 토론에서도 현실적인 부분을 해결 해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가 있었다. 문체부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체육중고등학교와 같이 오전에 수업을 하고 오후에 훈련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운동부가 있는 학교의 선수들에게도 만들어 가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거기에 더해서 나의 생각을 추가하며 훈련 시간을 밤늦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시간 정해 놓으면 좋지 않을까 한다.
예를 들어 내가 있었던 미국의 오하이오 주에서는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의 단체 훈련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했다. 이 부분은 오하이오주의 모든 학교가 동일한 룰이었다. 그 후 선수 스스로 알아서 개인 훈련을 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단체 훈련을 줄이고 선수 스스로 생각하고 훈련을 하게 만들며 나머지 시간은 공부를 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최소한의 학습과 효율적인 운동의 밸런스가 중요한 것은 정신적으로 성숙한 야구선수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학생 운동선수들에게는 우월감과 열등감이 공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른 학생들에 대해 ‘너희들과 다르게 나는 운동을 잘한다는 우월감과 ‘힘이 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공부를 잘 하지 못한다는 열등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해서 지식을 얻는 것도 있지만 학우들과의 관계를 통해 작은 사회를 알게 해야 한다. 야구선수로 성장하다 보면 초,중,고 항상 만나던 선수들과 만나게 되고 프로에 들어와서도 만나는 사람의 풀은 거의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대화 상대나 하는 이야기들이 비슷할 수 밖에 없고 생각하는 것이 편향적일 수 있다.
그래서 학교생활에서 일반 학생들과 생활하며 운동선수들과 보통 학생들의 생각의 차이를 느껴보기 도하고 같이 고민해 보며 나와 다름을 생각해 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지만 가고자 하는 길이 다르면 이상한 것이 아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것이 곧 사회인으로서의 살아가기 위한 다양성을 배우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중도탈락에 대한 고민이다.
나 역시 중학교에서 체조를 하는 딸을 둔 학부모 입장인데 딸이 중간에 운동을 그만두면 운동도 공부도 못하는 상황이 닥칠까봐 가장 걱정스럽다. 딸에게 늘 하는 말은 네가 그만두고 싶다면 언제든 그만 둬도 된다”이다. 스스로 하고 싶은 운동에 최선을 다했는데 안되는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 그리고 네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 열정을 공부에 쏟는다면 더 좋은 사람으로 성장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하곤 한다.
얼마 전 본 한 TV프로그램에서 김창옥 교수는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봐야 원이 없으며, 그것을 해본 사람은 한이 없다”고 했다. 자기가 원해서 했던 운동을 그만 두게 되면 반대로 원이 없기 때문에 공부를 해도 늦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사실 처음부터 공부를 한다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원과 한을 없애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노력들을 같이 고민하고 함께 해결한다면 재능 있는 어린아이들이 야구를 하게 되고 잘 성장해서 더 재미있고 더 박진감 넘치는 야구를 펼치게 될 것이다. 800만 관중을 달성한 2016년, 프로야구의 성장에 감사하면서 더 큰 미래를 꿈꾸어본다. (SBS스포츠 프로야구 해설위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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