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술이 비싸서…” 로션 마신 러시아인 50여명 사망
입력 2016-12-20 15:33  | 수정 2016-12-20 15:34

러시아 시베리아의 도시 이르쿠츠크에서 돈이 없어 술 대신 스킨 토너를 마신 현지 주민이 50명 가까이 집단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이르쿠츠크 지부는 19일(현지시간) 현재까지 화장용 토너를 마시고 숨진 주민이 49명으로 파악됐다”며 총 57명이 문제의 제품을 마셨고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지 수사·보건 당국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빈곤 계층의 주민들이며 17일부터 이틀 동안 단체로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인 뒤 사망했다.
이들이 마신 화장품은 현지에서 피부 보습용이나 사우나용으로 판매되는 스킨토너 ‘보야리쉬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제품에는 섭취할 경우 실명, 독극물 쇼크 등을 초래할 수 있는 메틸알코올이나 냉동 방지제 등이 함유돼 있다. 제품엔 음용하지 말라는 경고문구가 있으나 피해자들은 이를 무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쿠츠크 시 정부는 관내에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한편 모든 비음료 알코올의 판매를 잠정 중단시켰다.
러시아에서는 가장 싼 술 조차 살수 없는 극빈층 주민이 공업·의료용 알코올 등을 마시고 실명하거나 사망하는 사건이 종종 발생해왔다. 그러나 이번처럼 한 지역 주민이 집단으로 음용 후 사망하는 사건은 이례적이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2010년 술 소비세가 인상된 것도 주민들이 ‘가짜 술을 찾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부 단체는 의료용 알코올이나 화장수 등 가짜 술을 마시는 주민이 1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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