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MBN이 본 신간] 코끼리의 여행 외
입력 2016-12-17 13:45  | 수정 2016-12-17 13:45


1551년 포르투갈 국왕 부부가 막시밀리안 대공(大公)에게 코끼리를 선물한 실제 이야기.

사라마구의 소설 중 유일하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코끼리는 리스본에서 빈까지 3000㎞를 여행한다. 코끼리를 처음 본 사람들은 호들갑을 떨며 관심을 보이고 코끼리 솔로몬에게 영험한 힘이 있다고 믿거나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하지만 정작 솔로몬은 아무 말이 없다.

포르투갈과 오스트리아 군대는 솔로몬을 어떻게 인수·인계할지를 놓고 전쟁까지 들먹이며 신경전을 벌이고, 성직자들은 솔로몬이 무릎을 꿇게 하는 속임수를 써 "복음의 메시지가 동물의 왕국에도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보이려 한다. 솔로몬의 털을 우려낸 물을 마시면 설사병이 낫는다고 믿는 사람, 털을 아몬드 기름에 담갔다가 두피에 문지르면 탈모를 멈출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여행의 주인공은 솔로몬이지만 작품의 초점은 이처럼 인간의 허영과 어리석음, 권력의 속성 등을 풍자한다.

일반 소설 독자가 포르투갈어 원작을 읽을 기회는 거의 없는데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은 또다른 의미의 신선함으로 다가온다.



세계 최고 투자자 워런 버핏은 11살에 이미 직접 주식투자를 했고, 빌 게이츠 아버지는 어린 빌 게이츠의 경제 교육을 위해 노력했다.

금융위기가 반복되고 장기간 저성장기에 접어든 요즘은 어릴 때부터 경제 교육을 통한 올바른 경제 습관과 합리적 사고방식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사회참여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경제 활동 역시 활발해지고 있지만 경제를 배울 기회는 많지 않다.

청소년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경제학을 배우고 그 원리를 몸에 익히게 하기 위한 책. 저자는 청소년들이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경제 이슈를 통해 경제학의 개념과 원리를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한다.



분원 자기 업자인 하재 지규식이 1891년부터 20년간 쓴 '하재일기'를 바탕으로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에 걸쳐 도자기를 만들었던 곳과, 그 도자기를 생산하고 판매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개항 이후 분원 대기업이 자본주의 세계시장에서 어떤 변화를 거쳐 쇠락해가고, 또 최고 품질의 도자기를 생산해낸 사기장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임노동자화 되는지를 살펴본다. 관영으로 운영되던 분원이 대내외적 상황에 따라 민영의 분원 자기 공소(1883~1895) → 번자회사(1897~1910) → 분원 자기주식회사(1910~1916)로 변하며 운영 주체도 각 단계마다 달라진다. 이 과정에서 약탈적 자본주의 체제에 노출된 조선의 토착 산업이 어떻게 몰락했는지를 분원 대기업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저자는 "도자기를 제작하는 기관의 운영 주체가 바뀌는 흐름은 분원이 자본주의 경제체제 속으로 편입되는 과정과 궤를 같이 한다"며 "분원 대기업의 맥은 1916년 분원 자기주식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끊겼다"고 말한다.



'흔들림 없이 두려움 없이'는 예수는 누구인가와 어떻게 예수에게 다가갈 수 있는가와 같은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현직 종교전문 기자인 저자는 2천 년 전 예수가 거닐던 나사렛 골목과 갈릴래아 호숫가를 걸으며 예수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고 있다. 예수가 엎드려 기도하던 바위에서, 예수가 제자들에게 말씀을 전하던 언덕에서 다시 읽는 성경은 한 구절 한 구절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예수의 말씀을 곱씹으면 숨어 있던 의미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저자는 지금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예수와 말씀을 만난다.

저자는 성경의 기록과 믿음만을 강요하지 않고 다른 종교의 가르침을 거리낌 없이 대입한다. 때로는 붓다가, 때로는 선불교의 대선사가, 이슬람 영성가가 예수의 말씀에 이르는 길에 함께한다.



일본 근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주요 에세이를 모았다. 저자가 '아사히 신문'에 연재한 서른아홉 편의 에세이로 근대적 자아, 근대화가 불러들인 타자의 존재, 일본 제국주의가 일으킨 참상과 파국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그려냈다.

서구 열강과 일본의 관계 그리고 일본의 제국주의가 불러일으킨 참상과 파국을 명확히 꿰뚫어 봤던 나쓰메 소세키. 세인들에게 하여 여유파(삶을 관조하며 여유를 즐기는 태도)로 불릴 정도로, 세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판단하는 데에 항상 조심했지만 불안과 우울, 신경 쇠약에 시달렸다. 그만큼 이 작품에는 작가의 '진심'이 담겨 있다.

'유리문 안에서'는 순탄하지 못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형제의 죽음, 출세와 생계 문제로부터 초탈한 듯한 태도가 지닌 자기 기만, 너그럽지 못한 마음가짐 등이 작가 본인의 문장으로 드러나고 죽음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염세적 태도를 견지해 오던 나쓰메 소세키는 독자들에게 당부한다. "죽지 말고 살아 계세요."



"목숨을 팝니다. 27세 남자. 비밀 보장, 절대 누를 끼치지 않습니다."

한 남자가 신문 '구직난'에 광고를 내자 남자의 집인 목숨을 사겠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파는 소설의 아이디어와 이야기 구성이 파격적이다. 작가 미시마는 허를 찌르는 구성과 독자를 놀라게 하는 반전으로 죽음을 향해 가는 인간의 내면을 보여준다.

수상한 생체실험에 지원하고 흡혈귀 엄마를 위한 혈액 공급원 되며, 다른 나라 대사관에 잠입해 기밀문서 빼돌리는 등 목숨을 건 의뢰를 계속 맡는다. 하지만 계속 실패하고 목숨은 이어진다. 저자 본인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유명 문인이라는 점에서 소재와 접점을 맺는다. 미시마 유키오는 자위대 궐기 촉구 연설을 한 이후 할복자살한 극우 인사로 저자가 자살하기 2년 전쯤 집필한 작품이다. 일본 대표 서점인 기노쿠니야에서 지난해 연간 판매량 1위에 올랐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mbn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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