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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병헌 "`마스터` 시나리오 처음 보고 멘붕...출연 번복 고민"
입력 2016-12-16 09:23 
영화 '마스터' 희대의 사기범 진현필 役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이병헌은 사실 영화 '마스터'에 참여한다는 걸 번복하려고 했다. 처음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다른 시나리오였기 때문이다.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는 조의석 감독의 말을 듣고 "다큐멘터리 같고 어두우며 사실적인 영화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달 이상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초고 시나리오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내 머릿속에는 지금 나온 버전과는 완전히 다른 색깔의 영화가 있었다. 내가 생각한 것과 거리가 너무 머니 '참여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며 "하지만 그건 내 생각이었을 뿐이고 조의석 감독만의 특기와 색깔을 생각해보면 매력적인 시나리오더라. 상업영화, 오락영화로 보면 또 흥미로울 것 같다고 생각을 바꿨다"고 말했다.
"'내부자들'처럼 사회 이면의 비리를 전하는 영화도 있지만 '마스터'는 굳이 그렇게 하지는 않아도, 적어도 배우로서 이 캐릭터는 탐이 난다는 생각이었어요. 진현필 회장이라는 캐릭터를 재미있게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 사람은 필요 상황에 따라 얼굴과 감정, 눈빛, 말투까지 바뀌니 기본적으로는 배우가 가진 욕심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진짜 한번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평면적인 악마가 아니라 팔딱거리는 느낌을 연기하고 싶었어요."
이병헌은 이 인물이 배우로서는 매력적이지만 관객에게는 친근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경계하며 연기했다. 그는 "분명 웃을 수 있는 지점은 있지만 관객이 친근함을 느끼게 되면 안 됐다. 관객이 누구를 따라가야 하는지 모르니 뱀 같은 느낌으로 끝까지 관객과 거리를 유지하고 싸한 느낌이 있도록 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내부자들'과의 차이점도 언급했다. "사실 이 영화를 찍으면서 '내부자들'을 생각하거나 '내부자들' 캐릭터와 다르게 해야겠다는 의식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현실의 비리를 들춰내는 점은 비슷하지만 어차피 완전히 다른 인간이고 다른 색깔의 영화니 신경을 쓰지 않았죠. 하지만 '마스터, 내부자들보다 더 나을까?'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요. 왜 이렇게 비교를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저에 대한 비교 역시 그래요. 매번 전작을 뛰어넘고 더 센 역할을 해야 한다면 작품을 선택하지 못할 것 같아요. 이런 역할도 있고 저런 장점과 요런 매력이 있는 영화일 수 있잖아요.(웃음)"
'마스터'는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조 단위 사기 사건을 둘러싸고 이를 쫓는 지능범죄수사대 팀장(강동원)과 희대의 사기범(이병헌), 그리고 그의 브레인(김우빈)까지, 그들의 속고 속이는 추격을 그린 범죄오락액션 영화다. 그만큼 세 사람의 호흡이 중요하다.
이병헌은 사실 강동원, 김우빈과의 호흡이 걱정과 기대가 정확히 반이었다고 했다. 그는 "강동원, 김우빈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 기대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물과 기름처럼 안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다"며 "영화를 보니 정말 잘 섞인 것 같다. 어떤 그림이 나올지 전혀 생각도 못 했는데 묘해 보이는 조합이 잘 어우러졌다"고 만족해했다.
"시나리오에서 박장군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팔딱 뛰어서 이 연기는 어린 배우가 의욕이 앞서 열심히 하려고 하면 큰일 날 것 같더라고요. 첫날 우빈이가 적절한 선을 타고 연기를 하는데 '이 친구가 리딩 단계인데도 정말 연구를 많이 했다는 느낌이 들었죠. 또 우빈이는 술자리에서 자주 일어나 선배들을 챙겨요. '뭐 필요하세요?'라며 가져다 주는데 우리 매니저가 할 일이 없어지더라고요(웃음). '우빈아 정말 부탁한다. 편하게 좀 대해줘'라고 할 정도였어요. 배우들이 예민할 때도 있어 주위를 신경 못 쓸 때가 있는데 배려해주는 걸 보면 정말 대단한 친구라는 걸 느껴요. 동원이는 돈을 이체시키는 장면을 찍는데 현장에 그 누구도, 심지어 감독도 놓친 장면을 동원이가 지적하더라고요. 너무 맞는 얘기를 해서 감독이 '멘붕'에 빠져 그날 촬영을 접고 다음날까지 숙소에서 시나리오 고민을 해야 했죠. 강동원은 전체를 보는 눈이 있는 것 같아요."
영화에서는 이병헌의 필리핀 영어와 애드리브도 돋보인다. 필리핀 현지에 아는 이가 없으니 감독이 필리핀 배우를 섭외한다는 얘기를 듣고 부탁했다. 진현필의 분량을 녹음한 걸 듣고 따라 하고 연구했다. 이병헌은 "'마스터' 안에서 제일 기대했던 부분"이라며 관객의 반응을 기대했다. 애드리브와 관련해서는 "그 상황은 기억에 안 남고 애드리브만 남으면 좋지 않다는 생각이기에 무척 조심하는 스타일"이라며 "애드리브를 할 때는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스터' 속 진 회장도 그게 허용됐던 특수한 캐릭터"라고 짚었다.
영화는 후반부 결말이 현실과 동떨어진 '너무나 판타지'라는 지적이 있다. 이병헌은 "사실 나도 '너무 만화 같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기왕 그런 의도라면 이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전 조희팔 사건이 뭔지 몰랐는데 사람들이 돈을 받게 되고 믿음과 충성심이 생겨 자신은 물론 가족과 친지, 주변 친한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게 될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전 어떻냐고요? 전 주식 같은 것에는 어두워요. 처음 초고를 읽었을 때 이 이야기가 이해 안 될 정도였죠. 금융, 돈, 수사망 펼친 뒤 뒤통수도 치니깐 차라리 영화로 보면 이해하기 쉬울 텐데라고 생각했다니까요. 10페이지 넘기기 힘들어 지쳤었죠.(웃음)"
이병헌은 이제 할리우드에서도 알아주는 배우다. 그는 "한국 영화에서 필리핀식 영어를 구사한 것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본토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들려야 하니 연기하기 힘들다"고 여전한 언어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할리우드에서의 활동의 끈은 이어갈 뜻을 강조했다. 후배들에게 어떤 이정표를 제시한 인물이기도 한 이병헌은 "여배우들이 필요한 경우 오디션을 얘기해주는 경우도 있다"며 "다른 분들도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오래 연기를 했으니 연출에도 관심이 있을 법하다.
"주변에서 영화 연출을 하는 배우들을 보면 정말 부러워요. 유지태씨, 하정우씨를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언젠가는 저런 능력이 생기면 연출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지 모르니깐 문제죠. 한편으론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룰을 따르지 않고 영화 연출을 하는 게 진짜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건 정말 작은 부분이에요. 그래도 기본은 알고 연출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마음은 있지만 엄두가 안 나는 일 같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또 모르죠. 세월이 흘러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그렇게 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도전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하하."
jeigu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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