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스무살 ‘햇반’ 국민 식생활 바꿨다…누적 판매량 17억개
입력 2016-12-15 15:23 
햇반 [사진제공 = CJ제일제당]

혼자 사는 30대 직장인 김진영 씨 집에는 밥솥이 없다. 대신 CJ제일제당 ‘햇반을 사서 비축해둔다. 전자레인지에 2분 돌리면 갓 지은 밥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1996년 12월 처음 세상에 나온 햇반은 이제 ‘비상식(非常食)이 아니라 ‘일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소비자들이 ‘상품밥이라는 명칭 대신 햇반을 사용할 정도로 국민 브랜드가 됐다.
햇반이 지난 20년 간 이룬 성과는 다양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출시 후 지금까지 누적 판매량은 총 17억 개 이상. 이는 우리나라 국민 1명이 최소 30번 이상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용기 지름이 13.7cm인 햇반 17억 개를 나란히 배열하면 지구(둘레 4만192km)를 여섯 바퀴 돌 수 있는 길이다. 그동안 사용한 국내산 쌀의 양도 약 18만 톤에 이른다. 쌀 한 가마니 80kg을 기준으로 225만 가마니에 해당하는 쌀을 사용한 셈이다.
20년간 누적 매출액은 연말에 1조14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출시 이듬해인 1997년 연간 매출액은 40억 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매출은 1600억원(링크아즈텍 기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년 만에 매출이 40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올해 국내 상품밥 시장은 2400억 원 규모. 햇반 점유율은 67.2%로 20년째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햇반은 2011년 이후 올해까지 연평균 15%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1인 가구 500만명 시대에 햇반은 집에 몇 개씩은 쌓아놓은 생활필수품이 됐다. 최근 CJ제일제당 조사 결과, 소비자 90% 이상이 상품밥으로 가장 먼저 햇반을 떠올렸다. 10명중 7명은 지난 1년 이내에 햇반을 사본 적이 있었으며, 재구매 의사를 밝힌 응답자가 10명 중 9명에 달할 정도로 고객 충성도가 높았다.
소비자의 일상에 깊숙하게 자리잡은 햇반은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1997년 건강에 좋은 오곡밥에 이어 지난해에는 국과 접목한 ‘햇반 컵반이 출시돼 가정간편식으로 영역을 넓혔다. 햇반 컵반은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올해 11월 말까지 3000만개 이상 팔렸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CJ제일제당은 초기에 1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공정 수준의 무균 포장 공정으로 햇반을 생산하고 있다. 밥을 지은 후 미생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별도 보존료 없이도 상온 보관이 가능하다.
갓 지은 밥맛을 구현할 수 있는 핵심 경쟁력은 ‘당일 도정이다. 쌀은 도정하는 순간부터 수분 함량과 밥맛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햇반은 2010년부터 국내 최초로 자체 도정 설비를 도입해 생산 당일 도정한 쌀로 밥을 짓고 있다.
매년 생육조건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는 쌀을 사용하면서도 항상 균일한 햇반 맛을 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햇반 연구진들은 매년 원료 쌀의 생육과정(모내기, 관리, 수확)을 직접 현장에서 점검·관리하고, 그 해에 가장 맛있는 쌀을 찾기 위해 전쟁과 같은 원료 확보 경쟁을 치른다. 수확 후에도 햅곡과 같은 품질을 유지시킬 수 있도록 건조된 쌀을 섭씨 15도에서 저온 보관한다.
밥이 담겨있는 포장용기도 최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됐다. 아기가 쓰는 젖병에도 사용될 정도로 안전성이 검증된 폴리프로필렌(PP) 소재를 사용해 섭씨 100도 이상 온도에서도 외형이 변형되지 않는다. 전자레인지와 끊는 물에서도 안전하게 조리할 수 있다. 용기 모양은 매일 식탁에 오르는 친숙한 원형 밥공기 형태와 조선시대 청화백자 팔각접시 외형을 조합한 20각 구조로 만들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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