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위기일수록 시장에 맡기고 규제 풀어라
입력 2016-12-11 17:33  | 수정 2016-12-11 19:3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굉장히 잘할 겁니다. 디벨로퍼 출신이잖아요. 디벨로퍼는 황무지에서 아이디어와 전략을 갖고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1세대 디벨로퍼' 대표 주자로 한국부동산개발협회(디벨로퍼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문주현 엠디엠 회장(사진)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디벨로퍼는 땅 매입부터 기획, 설계, 마케팅, 사후관리까지 총괄하는 부동산개발업자를 뜻한다. 문 회장은 자본금 5000만원의 분양대행 업체를 창업한 후 19년 만에 국내 최고 부동산개발업체 대표로 자리 잡았다.
문 회장은 "회사로 치면 디벨로퍼는 경영자"라며 "업무상 세상을 크게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성공을 점쳤다. 트럼프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돈방석에 앉은 디벨로퍼로 유명하다.
문 회장은 "국제사회는 더 혼란스러울 수 있어도 미국 입장에서는 대통령을 잘 뽑은 것"이라며 "미국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정책을 펴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만 문 회장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트럼프 당선자의 선거 승리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트럼프의 당선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국내 정치 문제까지 겹쳐 우리는 '불확실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당분간 부동산 시장이 치고 올라가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회장은 이런 때일수록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회장은 "분양가 상한제는 국민주택을 제외하고는 다 풀어야 한다"고 했다.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문 회장은 서울 강남 세곡동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세곡동에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했는데 가격대가 오히려 분양가의 2배 이상 올랐다"며 "400가구 가격을 끌어내린다고 인근 집값이 내려가겠나. 오히려 올라간다"고 말했다. 이어 "프리미엄이 가격 상승 효과를 가져오니 정부가 투기 수요를 만들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디벨로퍼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문 회장은 "이제는 도시개발 사업도 디벨로퍼가 이끌어 가야 한다"며 "디벨로퍼 아이디어 하나로 사막이 대형 도시로 바뀐 라스베이거스를 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시 경쟁력'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점을 꾸준히 주장했다. 문 회장은 "그런데 아직 한국에는 인정 받는 디벨로퍼가 많지 않다"며 아쉬움을 표출하면서도 "어린아이가 바로 뛰는 경우를 봤나. 비틀거리더라도 일단은 시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경기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남측에 있는 일반상업용지 4만1130㎡를 1950억원에 사들였다. 다른 사업이 수차례 무산됐던 '기피 땅'이지만 문 회장은 "3000실 규모 오피스텔을 짓겠다"며 투자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문 회장은 매입한 땅에 1~2인 가구를 겨냥한 호텔식 고급 주거단지를 공급할 생각이다.
문 회장은 '맨주먹'으로 현재에 도달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강했다. 그는 검정고시를 본 후 27세에 대학에 진학했고, 31세에 나산그룹에 입사했다. 7번 특진 후 36세에 임원이 되는 '샐러리맨 신화'를 기록했다. 그러나 회사는 1997년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났다. 문 회장은 "먹고살 방법을 고민해 보니 디벨로퍼밖에 길이 안 보여 창업했다"고 회상했다.
문 회장은 본인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자산신탁을 신탁 방식 재건축의 선두 주자로 내세우며 디벨로퍼 영역 확장에도 노력하고 있다. 문 회장의 별명은 '미다스의 손'이다. 그는 "모범적인 기업인으로서 존경받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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