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기세 등등한 비박계 앞에 숨죽인 친박의 묘수 있을까
입력 2016-12-11 16:54 

새누리당이 탄핵 정국 이후 폭풍전야 분위기다. 탄핵을 주도한 비주류는 인적청산 등을 요구하며 칼 끝을 주류를 향해 겨눈 반면 민심과 거꾸로가는 행보를 보인 주류는 생존을 위한 출구마련에 고심중이다.
11일 비박(박근혜)계인 비주류는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보수정당 재건을 위한 ‘진((眞)박 축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등을 요구했다.
비주류는 일단 당 지도부 투톱인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퇴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위기다. 이 대표의 경우 본인이 12월 21일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일찌감치 밝혀온데다가 박 대통령의 탄핵안 가결로 리더십이 완전히 붕괴돼 대표 직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정 원내대표의 거취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동시에 자리를 비웠고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불가피해 당분간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갈등의 골이 깊은 주류와 비주류 사이에서 다리를 놓을 수 있는 인물로 정 원내대표가 유일하다는 점도 그의 사퇴를 만류하는 이유 중 하나다.

비대위 출범에 대해서는 주류와 비주류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비대위원장 선임을 두고 난항을 겪고 있다. 중진 6인협의체에서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된 김형오 박관용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조순형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모두 고사하면서 김이 빠졌다. 비주류에서 유승민 의원도 비대위원장으로 입에 오르내리지만 친박측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카드라 적합한 인물을 찾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날 비상시국회의에서는 당 해체도 일부 거론됐다. 그러나 분열을 기피하는 보수정당 특성상 당 해산은 최후의 선택으로 남겨놨다는 전언이다.
앞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 등 탈당파 12명은 새누리당 해산과 재산 국고 헌납을 요구하는 동시에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이날 회동에서 남 지사는 국민의 목소리를 담지 못하는 그릇은 깨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재산 모두를 국고에 헌납하고 법적으로도 해체하기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새누리당 비주류가 주장하는 재창당 수준의 당 혁신에 대해 어림없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해체해야 하는 구체제로 대통령과 새누리당, 재벌”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국회의원 등 소수 엘리트가 지배하는 정당이 아니라 일반 국민이 의사결정에 주체가 되도록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넘어 직접 민주주의를 대폭 받아들이는 정당과 정부를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권 전 의원은 회동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가치에 동의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언제든지 신당에 문호가 열려있다”고 밝혔다. 개헌론에 대해서는 탄핵과 동시에 새로운 정치 질서를 구축하는 게 우선이므로 개헌 관련 논의에 들어가면 쟁점이 흐려질 가능성이 크다”며 부정적인 뜻을 나타냈다.
반면 친박계는 이날 공식 입장 표명없이 숨을 죽였다.
김성원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제 대한민국은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촛불민심도 대통령 탄핵 의결로 수렴된 만큼 이제는 자제되길 바라며, 모두 함께 제자리로 돌아가 사회적 혼란과 갈등 해소에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하는 정도였다. 또 새누리당은 여·야·정 협의 기구 논의에 열린 자세로 임하며 난국 타개에 솔선수범하겠다”며 야당의 제안을 일부 수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등 야당 지도부가 기자간담회를 열고 탄핵 정국 이후에 대해 적극적인 의사를 피력한 것과는 대조적인 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을 중심으로 향후 거취에 대해 물밑에서 논의를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관계자는 현 시국에서 전당대회는 어렵고 비대위 출범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면서 보수정당을 탈바꿈 시킬 비전을 갖고 있는 분으로 비대위원장을 모셔야 하는데 쉽지 않은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주류에서 거론하는 유승민 카드는 받기 어렵지 않겠냐”고 말했다.
[안병준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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