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조기 대선 불가피 속 야권잠룡 머릿 속은 복잡
입력 2016-12-11 16:51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되면서 야권 잠룡들의 ‘대선 셈법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헌법재판소 심리 기간을 지켜본다는 주장이 잠룡들 사이에서 주를 이뤘지만 압도적인 찬성률로 예상보다 심리 기간이 단축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손을 잡았던 탄핵 정국과는 달리 선명성 경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신중론 이어가는 文
대권 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 즉각 하야 주장을 계속해서 이어갈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11일 ‘시국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버틸수록 나라도 국민도 더 불행해진다”고 밝혔다. 물러날 것을 촉구하기는 했지만 ‘즉각 퇴진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탄핵안 가결 이전보다는 ‘톤다운됐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문 전 대표가 잠시 숨고르기 나선 것은 중도층에 ‘대권 야욕을 노골화한다는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야권 내부에서도 문 전 대표의 독주를 견제하는 목소리가 높은만큼 대선 과정에서 독주가 지속될 경우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달 22일 대통령은 문재인이다. 김대중 정부 말기의 이회창과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며 문 전 대표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문 전 대표는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경제·민생 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대통령 퇴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지만 정국 안정에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대권주자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책임있는 ‘야당 대권주자 모습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문 전 대표가 내심 헌재가 빠르게 결론을 내려 ‘조기 대선 체제로 전환되기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권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하고 눈에 띄는 보수진영 대권후보가 없는 상황에서는 대선이 빠르게 진행돼야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문 전 대표가 가장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문 전 대표는 ▲비리·부패 공범자 청산 ▲사유화한 공권력 바로잡기 ▲정경유착 엄중 처벌·재벌 개혁 ▲국정농단 비호한 권력기관 공범 색출 ▲언론장악 책임자 처벌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 등 6개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구체제와 구악을 청산하고 낡은 관행을 버려야 촛불혁명의 완성”이라고 강조했다.
◆安 ‘언제든 반등 가능
‘탄핵 정국 속에서 대권주자 여론조사 지지율이 한자릿수로 급락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비교적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에 밀려 대선후보 4위가 됐는데도 ‘일희일비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안 전 대표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전면전을 선포한다. 재벌·검찰·관료 등에서 국민 재산과 희망을 짓밟은 세력을 모두 찾아내 응징하겠다”며 썩은 부위를 뿌리까지 완전히 도려내야 한다. 국가를 좀먹는 암 덩어리를 송두리째 도려내지 않으면 제2, 3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막을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안 전 대표는 대선주자 지지율에 대해선 그 분(이재명 시장)이 지금까지 민심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대처했다. 그렇지만 지지율은 정치사안에 따라서 요동치기 마련”이라며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일희일비하기보다 제게 주어진 책임을 다 하면 국민이 인정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일관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제든지 지지율 반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여유는 조기대선이 가시화돼도 중도의 입장에서 다양한 연대를 통해 지지층 확장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 전 대표와 국민의당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의 연대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고,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이 제3지대로 나설 경우에도 연대를 추진할 수 있다.
이에 비해 문 전 대표는 ‘중도·보수를 아우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오히려 문 전 대표가 손해다. 문 전 대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유권자들 마음을 돌려야하는데 조기 대선 시나리오에서는 시간이 짧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 총장과 이 시장에 대해 대선을 치를 조직과 ‘큰 선거에 대한 경험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는만큼 ‘확장성에서 유리한 안 전 대표가 언제든 지지율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박원순 파괴력은?
최근 지지율을 가장 빠르게 끌어올린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 가결 이후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연대 가능성을 시사하며 외연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이 시장은 11일 SNS를 통해 박원순 시장은 국민권력시대를 말한다. 나의 생각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시장은 비 내리는 국회 앞에서처럼 ‘원순 형님과 함께 같은 우산을 쓰며 국민승리의 길을 가겠다”는 발언으로 ‘후보 단일화를 암시하는 주장까지 펼쳤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시장과 박 시장이 개헌을 매개로 힘을 합치면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제3지대 등 개헌파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도 보고 있다.
지지율을 급속도로 끌어올린 이 시장과 서울시장을 두 차례 지내며 영향력을 키운 박 시장이 힘을 합치면 문 전 대표 역시 압박감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야권 일부에서는 ‘탄핵 정국에서 문 전 대표에게 가야할 지지율이 이 시장에게 쏠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당내 후보들 간 경쟁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2012년에는 당내 경쟁이 오히려 대선 후보 본선 경쟁력을 갉아먹었는데 이번 경쟁은 야권 전체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석환 기자 / 김효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