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당신은 아시나요’ 트럼프식 내각구성의 맥과 스타일
입력 2016-12-11 16:25 

어떻게 국무장관에 기업인을….” 미국 외교관의 항변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새 대통령 당선인은 석유기업 엑슨모빌 CEO인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NBC방송 등 미국 유력 언론들은 1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틸러슨 CEO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틸러슨은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와 면접을 마쳤다.
국무장관은 당연히 외교관이나 정치인 출신이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트럼프가 파괴하고 있다. 트럼프 진영에서는 전 세계 지정학적 정보와 정세에 정통한 정유회사 CEO가 국무장관에 적격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인사의 키워드는 ‘아웃사이더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 내내 강조했던 기득권 혁파와 워싱턴 개혁을 추진하려면 아웃사이더가 적임자다. 그래서 트럼프 새 내각에는 관직 경험이 없는 기업인과 군인이 수두룩하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와 윌버 로스 상무장관 지명자가 월스트리트 출신이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는 게리 콘 골드만삭스 사장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라인은 모두 월가 출신 억만장자들이 장악하는 셈이다. 월가를 규제하겠다던 트럼프의 대선 공약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지만 월가를 제대로 뜯어고치려면 월가를 잘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게 트럼프의 생각이다.
기업인 출신들도 대거 중용되고 있다. 트럼프는 노동장관에 패스트푸드 기업 CKE 레스토랑 CEO 앤드류 퍼즈더를 지명했다. 장관급 중소기업청장에는 린다 맥마흔 미국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소유자를 낙점했다.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내정자는 암웨이 가문의 며느리다. 억만장자 기업인이 노동자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장관직을 맡는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상무부 산하 제조업위원장에는 앤드류 리버리스 다우케미컬 CEO를 지명했다. 미국판 ‘강부자 내각에 다름 아니다.
군인도 트럼프가 애착을 갖는 직군이다. ‘베테랑(참전용사)은 트럼프 주요 지지층 중 하나였다. 미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클 플린 예비역 중장을 선임한 것을 필두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물론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클 로저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내정자가 모두 군 출신이다. 미국의 ‘군에 대한 문민통제 원칙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안보라인은 모두 군 출신이 장악했다.
트럼프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워싱턴 개혁을 내세웠던 만큼 내각 후보군에 워싱턴 정가 출신은 많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활약한 공신들은 예외다. 법무장관에 내정된 제프 세션스 앨라배마 상원의원이 트럼프 캠프 좌장을 맡았었고, 주택장관에 지명된 벤 카슨은 일찌감치 트럼프 지지선언을 한 인물이다.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낙점을 받은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장은 트럼프를 대선후보로 만드는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反)오바마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오바마케어를 반대한 톰 프라이스 하원의원이 보건장관에 낙점된 것과 오바마의 환경정책에 맞선 스콧 프루이트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이 환경보호청장으로 지명된 것이 대표적이다.
여성들과 각을 세웠던 트럼프지만 내각에는 여성들을 예상 외로 많이 기용하고 있다. 내무장관에 공화당 소속 케이시 로저스 하원의원을 낙점했으며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과 일레인 차오 교통장관 내정자, 그리고 니키 헤일리 UN주재 미국 대사와 린다 맥마흔 중기청장 내정자가 장관급 여성이다.
그리고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 내무장관·환경보호청장 후보 등 일부 40대 ‘젊은 피가 있지만 트럼프 인사의 주류는 60대가 차지하고 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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