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지표 전체 적신호, 백척간두 위기 한국경제
입력 2016-12-11 16:02  | 수정 2016-12-11 16:05

정치·경제, 국내·국외 충격이 한꺼번에 겹쳤다. 초대형 복합위기를 뜻하는 ‘퍼펙트스톰(Perfect storm)의 형국이다.
지난 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국가 리더십은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섰지만 시의적절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다. 외교·안보 리더십 공백에 따른 부작용은 벌써부터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이미 수출·내수 경기는 ‘죽을 쓰고 있다. 각종 경제지표들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까지 추락하며 설마하던 ‘제2의 외환위기에 대한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심지어 대외신인도 추락까지 염려되는 상황이지만 경제 컨트롤타워마저 혼란스럽다. 사소한 충격이 치명적 국난(國難)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인 셈이다.
더욱 꺼림칙한 것은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위기상황이 최장 8개월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헌법재판소 심리(180일 이내)와 대선 준비 기간(60일) 동안 거국적인 위기관리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발등의 불은 경제다.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기업은 투자를 접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11일 원래 대선이 있는 해에는 기업투자가 시들한 경향이 있다”며 이번엔 기업인 조사에 조기대선 국면까지 겹쳐 내년 이후 투자계획은 완전히 안개속에 빠져 들었다”고 말했다.
내수경기의 한 축을 떠받쳤던 연말연시 경기는 실종되다시피 했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전달(101.9)보다 6.1포인트나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4월(94.2)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백화점·대형마트 매출 감소와 상가임대료 연체율 상승 등을 감안하면 12월 이후 소비지표도 매우 비관적이다.
사회불안과 직결되는 실업률 역시 치솟고 있다. 10월 실업률은 3.4%로 지난해 같은 달(3.1%)보다 크게 높아졌다.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쇼크도 영향을 미쳐 10월 음식점·주점업 종사자 수는 지난해 10월보다 3만명 넘게 줄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내년 실업률을 2002년 이후 최고인 3.9%로 전망했다.
지금이 ‘바닥이 아니라는 점은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오는 15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 인상이 결정될 경우 흔들리는 한국 금융시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외환보유고와 국가신용등급만 믿고 있다가는 경제가 갑작스럽게 붕괴하는 ‘플래시 크래시가 닥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극도로 취약해진 대내외 여건 탓에 한국경제가 ‘한 방에 훅 갈수도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고 지적한다. 질서있는 조기대선 관리와 함께 연말연시 소비진작, 가계부채 질적 개선 등 적극적인 정책대응으로 경제주체의 자신감과 대외신인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충고다.
■ <용어 설명>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 : 2010년 5월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한 사건에 붙여진 이름으로, 증시나 채권 시장의 ‘갑작스러운 붕괴를 뜻한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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