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승헌 변호사, 49년 만에 세 번째 시집
입력 2016-12-11 15:38 

검(劍에) 밀리던 붓/ 그 붓으로 기어이 검 이겨내고자/ 어둠을 쪼개는 안간힘// (중략)/ 제 몸 태워 어둠 밝히는/ 한 자루 촛불이고자/ 오늘 새로이 다짐하는 뜨거운 염원/ 역사의 길섶에 피어나거라.” (‘역사의 길섶에서 부분)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82)가 세 번째 시집 ‘하얀 목소리(서정시학)를 냈다. 한국의 대표적 인권변호사인 그는 법조계에 투신한 1960년대 이미 두 편의 시집을 엮은 시인이다.
49년 만에 낸 이번 시집에는 전작에 실린 작품을 추리고 그동안 여러 문학지와 일간지에 쓴 시편을 함께 묶었다. 시인은 작가의 말에 대학 시절, 신석정 선생님의 비행기 태우기 시평에 고무되어 시화전도 열고 시집도 냈다”면서 어설픈 작품들을 통하여 이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고단한 생명들에게 손이라도 한 번 더 흔들어 줘야지”라고 썼다.
한 변호사는 전북대 학보사 기자 시절부터 시를 지면에 실어왔다. 고등고시 사법과(현재의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검사로 일하던 1961년 첫 시집 ‘인간귀향을 냈다. 5년 만에 공직을 그만두고 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낸 두 번째 시집이 1967년 ‘노숙이다. 한 변호사는 ‘시국사건 1호 변호사로 불리며 동백림 간첩단 사건, 김지하 시인의 ‘오적 필화사건 등을 맡았다.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때는 공범으로 몰려 투옥되기도 했다. 그런 연유인지 시집 곳곳에는 시국에 관련한 목소리가 빈번하게 등장하지만 서정적인 목소리도 담겨있다. 우리 머무는 푸른 항구에/ 이별처럼 회상처럼/ 비가 내립니다./ 이야기도 없이 이끼만 푸른/ 우리 가슴에도 비는 내리고”(‘항시에서)등의 시에서는 시인의 애상이 짙게 묻어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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