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피아니스트 랑랑 "성공비결? 편안해서는 안 돼요"
입력 2016-12-11 14:32  | 수정 2016-12-11 17:09
지난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랑랑 101피아니스트" 무대에 선 랑랑

뉴욕타임즈는 그를 클래식 음악의 행성에서 가장 ‘핫한 남자”라고 불렀다. 수십 억명이 지켜보는 올림픽·월드컵 무대서 화려한 연주를 뽐내고, 사이먼 래틀부터 메탈리카까지 장르를 초월한 ‘전설들과 호흡을 맞추며, 제 이름을 건 피아노·시계·헤드폰·향수 브랜드를 갖춘 중국 출신의 젊은 피아니스트. 전무후무한 화려함 탓에 안티팬마저 거느리고 있는 주인공은 진지하게 반문했다. 클래식 연주자들도 영화배우나 축구선수처럼 사람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피아니스트가 이들만큼 멋지지(cool) 않아야 될 이유가 있나요?”
리사이틀과 청소년 대상 마스터클래스를 위해 1년 만에 내한한 피아니스트 랑랑(34)을 지난 9일 오후 롯데콘서트홀 대기실에서 만났다. 이날 100명의 어린 학생들과 한 무대에 선 그의 트레이드마크 렉처콘서트 ‘랑랑 101피아니스트를 갓 마치고 온 그는 세계 많은 도시들에서 해봤지만 한국 아이들만큼 반응이 빠르고 표현력이 풍부한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소통과 공유를 단절하곤 하죠. 실수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다음 세대를 위해 더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합니다.” 차세대 음악가 양성은 랑랑의 인생 목표다. 3살 때 피아노를 시작, 엄한 부모님 밑에서 스파르타 훈련을 받다 10대 중반 미국으로 유학 간 그는 개리 그라프먼, 다니엘 바렌보임,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등 거장들로부터 음악을 배웠다. 그분들이 직접 들려주신 말씀은 제 삶을 바꿨죠. 그런 역할을 요즘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생생한 가르침 없이는 아이들에게 7시간 연습이 7년처럼 느껴질 수 있어요.” 예비 음악가들을 지원하는 ‘랑랑 재단과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최근 영유아들이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는 피아노 교재를 직접 펴내기도 했다.
1년 중 300일은 세계를 돌며 연주하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5~6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도 없다. 연습이 제 삶의 넘버원입니다. 가는 호텔마다 피아노를 마련해놓고 적어도 매일 3시간 이상 연습하죠. 전 엄청난 노력파예요. 성공은 결코 쉽게 오는 게 아니니까요.(웃음)” 그는 언젠간 일을 조금씩 줄이고 가족을 꾸려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주했던 수많은 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묻자 고민 없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꼽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베이징은 충분히 개방되지 못한, 슬픈 이미지의 도시였어요. 그러나 올림픽을 계기로 모든 게 변했죠. ‘새로운 중국이 탄생하는 순간 제가 있었던 게 무척 행복했습니다.”
모차르트부터 조지 거슈윈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담아낸 20여개 디스코그래피는 랑랑의 성격을 대변한다. 편한 곳에 안주하는 성격이 아녜요. 쇼팽이 편해지면 곧장 슈베르트로 향하는 식이죠. 도전이 없으면 아무 의미 없어요.” 지난 8일 내한 리사이틀에서 이국적 향취가 짙은 스페인 작곡가(파야·알베니스·그라나도스)들의 작품을 맛깔나게 소화한 그는 내년엔 바흐에 집중할 계획이다. 가장 최근 음반은 지난 9월 소니 클래시컬 레이블에서 미국의 근현대 음악을 동시대 아티스트들과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담아낸 ‘뉴욕 랩소디다.
인터뷰 말미, 대뜸 ‘꿈을 이뤘느냐고 물었다. 시종일관 프로답고 열정 넘치던 표정과 말투가 한층 진지해졌다. 어느정도는요. 적어도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껴요. 물론 이 모든 건 하루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다음날 아침 무너지고 말 테지만요. 절대로 편안해져서는 안돼요(Dont feel so comfortable)!”
랑랑은 내년 11월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마지막 내한공연 협연자로 다시 한국 팬들을 찾을 예정이다.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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