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김기춘 잡은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박영선 의원
입력 2016-12-08 17:31  | 수정 2016-12-09 17:37

지난 7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가 열린 국회 본청 245호.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의 핵심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했다.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은 물론 최순실씨조차 모릅니다”라고 12시간째 반복적으로 답했다. 그러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밤 10시께 시민들이 (카톡으로) 제보를 한다”며 지난 2007년 7월 19일에 있었던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해당 영상에는 당시 박근혜 캠프 법률위원장인 김기춘 전 실장의 모습이 확인됐고 최순실씨 일가의 재산취득경위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다는 내용 역시 담겼다. 박 의원은 김 전 실장을 향해 최순실씨를 (정말) 몰랐다? 이게 앞뒤가 안 맞죠”라고 지적했고, 그 때서야 김 전 실장은 죄송합니다. 최순실이란 이름은 이제 보니까 제가 못 들었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라고 실토했다.
박영선 의원은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이 최순실씨를 사전에 알았다‘는 의미에 대해 (2013년 8월~2015년 2월) 인사위원장이자 비서실장이던 김 전 실장이 '대통령이 임명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우병우 전 수석 등은 실은 최순실씨가 시켜서 된 것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심각한 직무유기에 해당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최순실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양팔이 다 썩은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법률가인 김 전 실장은 최순실씨가 최태민의 딸로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중에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일부러 접촉안하고 놔뒀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책임을 회피하려고 최씨와 직접 접촉할 때 조심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의원은 청와대 참모진은 박 대통령이 잘못된 길을 가면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아야 하는 임무가 있지만 김 전 실장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 권력에 취해서 방치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실장의 거짓말이 들통난 것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참여덕분이다.
박 의원은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실시간으로 국민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시민으로부터 카톡을 받았는데 해당 동영상이 그 자리에서 잘 안 열려서 옆에 보좌관-비서관들이 총동원되어 동영상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 시간이 불과 10분 채 지나지 않을 정도로 속전속결로 처리해서 국민들에게 전격적으로 공개한 것이다.
박 의원은 그 동영상을 받는 순간 2007년 한나라당 검증청문회의 기억이 났다”며 하나라도 더 국민들에게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고 전했다.
'박영선-손혜원-안민석‘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3인방 의원들의 공조도 큰 역할을 했다. 박 의원은 지난 2차 청문회에서 증인들이 무언가 교감을 갖거나 짜고 나온 것 같았다”며 시민제보에 따라 과거 동영상을 찾고 주제에 따라 적절하게 발표순서를 바꾸는 등 민주당 의원끼리 협력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김 전 실장이 위증하는 증거를 이미 많이 확보했다. 다만 청문회 발표시간이 짧아서 모두 보여주지 못해 아쉬워했다.
박 의원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제가 민주당 원내대표였는데 그 당시 새누리당 분위기는 청와대 지시만 바라보는 분위기였다”며 사안이 급하다보니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가 김 전 실장에게 수시로 전화했고 김 전 실장이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지시하는 통화내용을 옆에서 다 알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이어 이렇게 들은 이야기를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담긴 김 전 실장의 지시사항과 맞춰보니 날짜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일치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미국 청문회에는 의원발언에 시간제한이 없이 이틀, 일주일 가기도 한다”며 우리는 7분으로 제약이 있어서 그 안에 모든 것을 끝내야하니깐 솔직히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박 의원은 또 여야 합의로만 증인을 채택하는 제도도 손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의 논리에 따라 증인채택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서 사건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핵심증인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은 증인들이 자유롭게 나와서 시간제한없이 일문일답식 선진청문회가 열리면 대한민국이 크게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의 60% 정도만 실체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박 의원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국정농단 사건을 알고서도 무엇을 했느냐”고 반문하고는 최순실씨와 국정농단한 동급의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의 핵심관계자이지만 국정조사특위의 출석요구에도 불응하고 있는 최순실씨에게도 만나면 할 말이 많다.
박 의원은 최순실씨는 어디까지 손을 대려고 했는지 궁금하다”며 도대체 우리 대기업을 무엇으로 생각했나. '금나와라 뚝딱같은 도깨비방망이로 생각했는지 묻고싶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차 기업인 청문회에서도 시민으로받은 문자사연을 에피소드로 풀어놨다.
당시 박 의원은 국민들로부터 문자를 받았는데 그 내용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은 기억력이 안 좋은 것 같다. 이재용 부회장 보다 잘 아는 전문경영인에게 경영권을 넘겨야할 것 같다‘는 질문을 했는데,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저보다 훌륭한 경영인이 있으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힌 것이다.
박 의원은 시민들로부터 계속 정보가 실시간으로 오는데 그 중에 나름 코믹한 부분을 질문했다가 정색하는 답변이 돌아와서 오히려 사전 준비했던 질문을 잊어버렸다”고 말했다.
앞으로 남은 3차(14일), 4차(15일), 5차(19일) 청문회에 대한 기대도 크다.
박 의원은 청와대 약물 반입, 불법주사 의혹, 승마 특혜, 세월호 7시간 등 다양한 이슈를 살펴본다”며 거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검찰, 재벌, 정치 등 3대 개혁인데 이런 관점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2년 전 정윤회 문건이 찌라시로 평가절하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 때 문제를 바로잡았으면 최순실 사태가 이렇게까지 확산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박 의원은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서는 대통령도 인간이기에 휴식할 수도 있겠지만 세월호가 바다에 침몰하는 장면을 보고도 박 대통령이 평상시와 같은 행동을 했다면 책무를 져버리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계만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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