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이달 새 8.5% 급락하면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달러 대비 엔화 가치 역시 가파르게 내리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기조가 더욱 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엔화가 재차 강세 전환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어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8일 오전 10시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1019.95원으로 전 거래일 오후 3시 30분 기준가 대비 0.45원 하락하고 있다.
엔화가치는 올 들어 꾸준히 강세를 보이다 지난달부터 급격한 약세로 돌아섰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9일 1114.92원 고점을 기록한 이후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이날 1020원선 밑을 맴돌고 있다. 11월 초 달러 당 102엔대였던 엔화 가치 역시 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113엔대를 기록하고 있다.
엔화 가치의 하락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 승리 이후부터 시작됐다. 미국 대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트럼프가 당선되자 미국 내 인프라 투자 확대 등 재정부양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했고 상대적으로 달러 대비 일본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
여기에 오는 13~14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되자 엔화 가치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미·일간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엔화에 대한 매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엔화 가치가 지금보다 10% 가까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이 내년 4차례 가량 정책금리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돼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국채 금리가 오를 경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반대로 엔화는 약세를 보이게 된다.
밥 바우어 프린시펄 글로벌 인베스터스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은 국채 10년물 이자를 0%로 유지하기 위해 국채를 대거 매입해야 하고 엔화 가치는 이 과정에서 떨어질 것”이라면서 달러화 초강세에 따라 엔화 가치는 지난해 6월에 기록한 저점인 달러 당 125.86엔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6월 당시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85.07원의 저점을 기록한 바 있다.
반면 단기적으로 되돌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엔화 가치의 하락은 단기 투자자들의 투기적 엔 롱포지션(Long position)청산과 엔 숏포지션(Short position) 신규 구축 등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유럽계 헤지펀드로 추정되는 이들은 내년 1월 트럼프 취임을 시점으로 차익실현 타이밍을 저울질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면서 또 11월 미국 임금 상승률도 실망스러운 수준을 기록해 금리인상이 예상보다 더딜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이어 미·일 금리차 재료는 이미 환율에 과도하게 반영됐다”면서 이 때문에 12월 FOMC는 ‘뉴스에 달러를 팔아라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경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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