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9일 향해 가는 탄핵시계, 여야 치열한 전략 속내는
입력 2016-11-30 17:09  | 수정 2016-11-30 17:36

박근혜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단축 여부를 국회가 결정해달라고 요청한지 만 하루가 안돼 야당이 거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이에 따라 ‘탄핵 열차는 다시 오는 9일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야3당은 30일 대표 회동에서 탄핵이 아닌 다른 방식의 임기 단축 문제는 여야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박 대통령이 국회에 던진 ‘불씨가 ‘대형 화재로 번지기 전에 야당이 얼른 물을 끼얹어버린 형국이다. 그러면서 탄핵 전선을 서둘러 재정비하고 나섰다. 대통령이 폭탄을 던졌다. 그 폭탄을 청와대에 다시 던지면 된다(민병두 민주당 의원)”는 말에 야권 분위기가 함축돼 있다.
◆여야협상: 거부한 野 vs 일단 만나자는 與
이날 오전 야3당 회동은 박 대통령의 담화가 탄핵을 막기 위한 교란용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되면서 속전속결로 결론이 났다. 다만 완강한 더불어민주당 입장과는 달리 국민의당은 대통령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원내대표간 협상 채널을 열어놓겠다며 다소 여지를 남겼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 대표들은 협상 거부를 결정했지만 원내대표들은 국회의 중요 현안을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회동을 계속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탄핵 문제도 다루고, 대통령 퇴진 문제도 다루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우리는 항상 대화한다는 주의지만 (탄핵을 위한)야권공조가 필요하기 때문에 합의했다”며 당 대표끼리는 안한다는 것이다. (정 원내대표가)터진 입으로 얘기하는데 어떻게 뭐라고 하나”라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이 관건이지만 1일 여야 원내대표들이 예산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관련 대화가 시작될 가능성도 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야당의 협상 거부에 대해 그 사람들이 실천하면 내가 손에 장을 지지겠다”며 지금까지 야당이 거짓말을 얼마나 많이 했냐”고 맹비난했다. 이어 국회에서 오늘 그만 두는 것으로 하든지, 내일 그만두는 것으로 하든지 그러면 된다”며 대통령 말을 못 들었나, 못 알아듣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핵: 野3당·비박계, 탄핵 정족수 장담하지만...
탄핵 가결을 위한 캐스팅보트를 쥔 새누리당 비박계는 자칫 부결 책임의 ‘독박을 쓸 가능성을 의식해 내부 단속에 나섰다. 비상시국회의 대변인인 황영철 의원은 이날 오전 모임 직후 대통령이 자진 사퇴 시한을 못 박지 않는다면 늦어도 12월 9일에는 탄핵소추안을 처리할 수 밖에 없다”며 국민만 바라보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확실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비박계 의원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부인했다. 비상시국위는 여야 협상시한을 8일까지로 제시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도 탄핵 주도권은 비박계가 가지고 있다”며 비박계 책임론을 강조했다. 탄핵이 만약 부결될 경우 정치적 책임은 새누리당 비박계가 져야 한다는 점을 재차 부각시킨 발언이다. 여당 친박계는 탄핵의 둑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친박계 핵심인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비박계가 비상시국회의를 해체하고 탄핵을 추진하지 않으면 지도부가 당장 사퇴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탄핵에 들어가면 지도부는 사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비박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고, 이정현 대표도 12월 21일에 물러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개헌: 친박계 빼곤 모두 논의 불가”
잠시 가라앉는 듯했던 개헌 논의도 박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담화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담화의 핵심 메시지인 ‘임기 단축이 탄핵 또는 하야의 대안으로 개헌을 통한 임기 단축을 제안한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개헌을 두고선 야권 내에서도 찬반이 엇갈리지만 일단 야3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 탄핵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탄핵 절차 이전에 논의를 거부하기로 합의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전략에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탄핵은 탄핵이고 개헌은 개헌”이라며 국민이 원하는 탄핵 열차에 모두 동승해야 한다”고 했다.
대선주자 지지도 1위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민주당 주류는 개헌 반대를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대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만큼 ‘게임의 룰의 변화를 원치 않아서다. 새누리당 내에선 친박계와 비박계 간 입장차가 있다. 친박계는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니 이젠 탄핵 대신 개헌을 통한 퇴진을 논의하자”며 비박계를 압박하고 나섰다. 친박계는 박 대통령이 이대로 물러난다면 폐족으로 내몰릴 위기에 처해있다. 하지만 개헌을 추진하면 차기 정권에서도 친박계 지분을 확보해 재기를 도모할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반면 비박계는 박 대통령이 사퇴 시한을 내년 4월 말로 못 박는다면 정권 이양 방안을 마련하는 데 협조하겠지만,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은 명분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대부분 개헌 찬성론자이지만 현 정국이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주도하는 개헌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자진사퇴: 비박 대통령이 4월 사퇴 밝혀라”
박 대통령이 퇴진 의사를 밝혔지만 야권이 탄핵 강행 처리 방침을 굳힌 것은 대통령은 절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는 인식에서다. 물론 민주당은 여전히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즉각퇴진, 조건없는 하야”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말그대로 대외용 입장일 뿐이다. 야당은 박 대통령은 어떤 경우에도 내년 4월까지 퇴진하겠다는 일정을 발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 논의는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 활기를 띄고 있다. 쟁점은 퇴진 시점을 박 대통령이 못박을지, 국회가 정할지 여부다.
비주류 의원들이 주축을 이룬 비상시국위원회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자진 사퇴 시한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그러면서 그 시한으로 4월 말을 제시했다. 시점을 두고선 친박계에서도 이견은 없다. 친박계인 조원진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선거라는 게 전당대회도 해야 하고 여러 과정이 있으니 최소한 6개월 시간을 줘야 한다”고 했다.
양측이 제시한 내년 4월 말은 지난 27일 여야 전직 국회의장과 총리 등 정·관계 원로 인사들이 제시했던 하야 시점과 일치한다. 결국 양측의 차이는 대통령이 스스로 시한을 정하느냐, 아니면 그 시한을 국회 논의를 통해서 정하느냐 그 프로세스에 있다는 얘기다.
[신헌철 기자 /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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